#1
노안이 처음 왔을 때,
평생 '눈'에서 만큼은 어려움 없이 살아왔기에
뭔가 어질어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나이가 들었다는 게
내 몸이 기능을 다해가고 있구나-라는 걸 물리적으로 체감하게 되었달까.
#2
조금이라도 어두운 곳에 가면 초점이 안 맞고
글씨가 흐릿하게 보인다. 이런.
이런 이런. 이런 일은 없었단 말이지. 평생.
#3
그렇다고 아이폰 글씨를 크게 하긴 싫은데
라는 마음에 아이폰을(?) 큰 걸로 바꿨다.
... 대체 이게 무슨.
#4
노트북에 작은, 아니 흐릿한 글씨를 볼 때마다
인생 전체가 쭈-욱 눈앞에 필터를 씌우며
종종 슬프게 한다.
#5
특히
한밤중에 스탠드 하나 켜두고
음악 듣는 고즈넉한 시간을 참 좋아하는데
노래가... 노래 제목이 너무 흐릿하다!
#6
그래서 종종 멀리 시선을 두고
이리저리 눈도 돌려 보고
가능한 밝은 곳에서 글을 쓰려고 노력 중이다.
나아지진 않겠지만
더 나빠지진 않겠지.
#7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하루하루다.
나이 먹는다는 게 어쩌면
이런 곳에 에너지를 쓰는 걸 말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