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니슬랍스키, 혹은 메소드.

메소드 큐레이팅에 대한.

by 류임상

1.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이라는 말이 있다.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1863∼1938)는 무대에서 나타나는 극 중 배역의 심리와 행동은 극에서 드러나지 않는 과거나 감춰진 의도까지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가 직감ㆍ상상력ㆍ체험 등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하여 배역과 동일화하여 내면 연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틀에 박힌 신파조의 연기를 거부하고, 진실로 배역과 동일하여 살아가는 심리 체험의 예술을 주장하며, 배우의 내적ㆍ외적인 능력을 유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며 잠재적인 창조 과정을 의식적으로 포착하는 실천적인 지침을 제시하였다.

우리에겐 흔히 매체를 통해 '메소드 연기'라고 조금은 희화화 되어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치 배역에 몰입하기 위하여 "그 사람이 되어버리는" 방법이랄까. 그래서 메소드 연기에 심취한 배우는 역할이 끝난 후에도 정신이 황패 해 질 정도로 그 인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여 주기도 한다.


2. 요즘엔 한 작가의 삶에 집중을 하고 있다. -물론 전시를 위해서- 그의 일대기를 시간 순으로 따라가며 그의 인생과 생각을 마음속에 담아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 마음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남긴 작업들을 보다 진실되게 바라볼 수 있진 않을까. 하며.


3.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시대의 신문이나 서적들을 찾아보며 꼭 그 사람의 이야기뿐만이 아닌, 그 시대의 공기(?)를 느껴 보고자 애쓰고 있다. 특히 옛날 신문들은 많은 정보를 주고 있는데, 그때 당시에 쓰였던 조판 스타일이나 광고, 그리고 거기에 쓰인 폰트, 어투... 이런 것 들이 하나로 모여 거대한 정서(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4. 어제는 그 시대에 흥행했던 영화를 조금 살펴보았다. 물론 그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쓰는 말투나, 미장센 등도 흥미롭지만, 이 영화를 허름한 극장에서 보고 있을 그 작가를 떠올리며 상상해 본다. 그때는 보고 즐길 거리가 많치 않았을 것이니, 분명 이 영화도 보았을 거야... 하며, 혹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이 영화(혹은 그 영화 속의 영화배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그 시대의 작가들이 그랬듯 일본 유학길에 보았을 일본 영화나 방송은 어떤 게 있었을까. 그리고 그것들은 이 작가의 작품에 어떤 자양분이 되었을까...


5. 자료를 찾고, 그의 도판을 정리하며 전시를 기획할 수 도 있겠지만, 이번 전시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 보고자 한다. 그의 생각과 정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탐구하고, 조금 더 깊숙이 그를 이해해 보고자 한다. 마치 메소드 연기에 심취한 배우처럼 말이다. 이러한 시도가 관람객들로 하여금 '신화'가 아닌 '그 사람'에게 오롯히 집중해보는 순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바라건대, 피상적인 '감상'이 아닌 정서적인 울림을 줄 수 있는 '예술 경험'이 만들어 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