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월요일이 참 좋다.

월요일에 쉬는 삶에 대한.

by 류임상

1. 대문을 열고 잠깐 밖에 나가 보았다. 아직 제법 찬 공기가 가득. 거리에는 아무도 없다. 가끔 종종걸음으로 장을 보러 가시는 아주머니의 바쁨이 적적하니 맘에 찬다.


2. '월요일에 쉬는 삶'을 산지 10개월 여. 대부분의 지인들(미술계의)이 걷는 삶이지만 그동안 '자영업(?)'에 종사했던 지라 아직도 직장 생활은 낯설고 어색하다.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맘도 얼핏 들고.


3. 월요일 아침엔 뭔가 활기 찬- 정확히는 '월요일이지만 친구들이 있어 버틸만해'-라는 식의 단톡 방이 들썩들썩하다. 물론 평범한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의 - 그래 미안. 이래서 어제 미리 알람을 꺼 두었단다.


4. '월요병'이라는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월요일은 개콘 엔딩 음악처럼 아찔한 단어다. 한 주일이 시작되는, 기운 찬- 이라기 보단 휴식이 끝난, 그래서 아- 하루만 더-를 되뇌며 잠을 깨게 하는 그런 날. 하지만 난 늦잠 자는 날. 물론 어느 사이엔가 출근 시간 언저리에 눈을 뜨는 날 발견하지만.


5. 화-수-목-금-토-일 근무를 하다 보니 더더욱 월요일의 휴식이 소중해졌다. 작년엔 이 월요일 마저도 학교 강의로 써버렸기 대문에 몸이 녹초가 되곤 했는데. 올해부턴 좀. 강의도 줄이고 몸도 좀 챙기고.


6. 그런데 정작 '나 홀로 쉬는 월요일'엔 할 일이 없다. 전시를 보러 가고 싶어도 대부분의 미술관은 월요일 휴관이고,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기 위해 몸을 일으키기엔 극장을 가는 시간-영화를 보는 시간-간단한 식사라도 하는 시간-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들이기가 너무너무 부담스럽다.


7. 그래서 결국 - 집에서 넷플릭스 서칭(이건 마치 영화광이 아니라 영화 열람광(!) 같은), 이 책 저 책 뒤적거리기, 못 들었던 음반 찾아서 듣기, 지난 예능 보면서 큭큭 거리기 - 뭐 그렇게 기타 등등의 일로 하루가 채워진다.


8. 하지만, 난 이 시간이 참 좋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좋다.


9.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 끝에 (정확히는 오후 4시 즈음) 커튼 사이로 햇살이 마지막 손짓을 할 때, 그때가 참 행복하다. (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아직 여유시간이 2시간이나 남았어- 라든지 하는 기분이 드는 게 좋다. 내일 출근을 하면 이런저런 일을 해야지 하며 맘이 정리되는 것도 좋고, 텔레비전이 분주한 일요일 낮보단 한가로운 음악이 어울리는 월요일 오후 풍경이 좋다.


10. 쉬는 날이 좋아졌다.

아- 이렇게 직장인이 되었구나-라는 맘보단

휴식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여유로움'이라는 말에 고마워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좋다.

그래서 월요일이 참 좋다.




* 비록 오늘 '치인트'를 개콘 기분으로 바라보게 될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