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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임상 Mar 11. 2024

대중음악이 아닌 개인음악 시대의 도래

: AI와 음악 산업의 변화

*요즘 한참 고민 중인, 미래의 예술경험을 위한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는 글.




음악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온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예술 형식 중 하나이다. 시대에 따라 음악의 창작 방식과 향유 방식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오늘날, 우리는 또 한 번의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음악 산업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의 도입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개인화된 음악'의 등장이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개개인의 음악적 취향과 감상 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형 음악을 추천하고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이미 개인화 추천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단순히 기존 음원을 추천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취향에 꼭 맞는 음악을 AI가 직접 작곡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음악 창작과 소비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먼저 음악 창작의 주체가 인간에서 AI로 확장될 것이다. 작곡가와 프로듀서의 역할 일부를 AI가 대신하게 될 것이며,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음악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음악 소비 역시 지금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음악 애호가들은 더 이상 차트에 올라온 인기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맞춤형 음악을 능동적으로 즐기게 될 것이다.


이는 음악 시장의 지형도 자체를 바꿀 것이다. 음악 시장은 대중적인 인기 장르 중심에서 개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수많은 니치 장르로 세분화될 것이다. 음악 산업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개인화된 음악 구독 서비스, AI 작곡가 서비스, 음악 NFT 거래 플랫폼 등 혁신적인 서비스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인간 뮤지션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 시대에는 뮤지션 개인의 창의성과 개성, 음악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의 진정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수많은 AI 생성 음악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뮤지션 특유의 음악적 색채와 세계관, 인간적 고뇌와 열정이 투영된 음악만이 차별화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을 활용해 음악의 형식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음악을 통해 전달되는 인간적 메시지와 감동이 음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의 음악 산업은 단순히 음악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것을 넘어, 음악을 둘러싼 총체적 경험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개인화된 음악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더해 인간 예술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적이고 감동적인 음악 콘텐츠를 선보여야 한다. 뮤지션과 팬 간의 소통과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뮤지션은 단순한 음악 제공자가 아니라, 자신의 음악과 메시지에 공감하고 영감을 받는 팬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첨단 기술과 음악이 결합된 혁신적인 공연과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AI와 인간 연주자가 함께 연주하는 공연, 실시간으로 관객의 반응을 읽고 음악을 변주하는 인터랙티브 공연, VR을 통해 몰입도 높은 음악 체험을 제공하는 서비스 등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음악 경험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음악 산업 내의 역량 강화와 함께 이종 산업 간의 협력도 활발해져야 한다. 음악 산업은 더 이상 음악만 다루는 산업이 아니다. 첨단 기술 기업, 데이터 분석 기업, 마케팅 및 브랜딩 전문가,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음악 경험의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음악 산업이 나아갈 길은 분명하다. AI 기술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되, 동시에 음악이 지닌 본연의 가치, 즉 인간의 감성과 창의성, 예술적 영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로 무장하되 음악의 본질은 지키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되 음악 고유의 감동은 놓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헤겔은 음악을 '감정의 예술'로 정의했다. AI가 만들어내는 음악이 아무리 형식적으로 완벽해도,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음악만의 특별한 가치는 영원할 것이다. 기술 발전 속에서도 이 본질을 견지하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음악 경험을 끊임없이 모색해 나가는 것, 그것이 음악 산업에 주어진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살아갈 개인화된 음악의 시대, AI와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음악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갈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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