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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리 Sep 28. 2023

글로 엮어진 세상, 집이라는 세계(상)

집에 관한 기록_2023.09.23.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해가 땅을 비추자 저만치 앞에서 반짝하고 빛이 일어난다.


'금붙이일까? 아니면 보석? 그것도 아니면 동전일까?'


빛이 일어난 자리로 바쁘게 발걸음을 옮긴다. 


'여기 이쯤 어디인 것 같은데....'


가만히 서서 바닥을 어지게 쳐다본다.


'뭐지? 뭐였을까? 잘 모르겠다. 분명 뭐가 있는데..... '


이번에는 쪼그리고 앉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본다. 도저히 모르겠다. 발 끝으로 흙을 살살 걷어 보고, 의심스러운 것은 잡아 손으로 만져보기도 한다. 그렇게 한참을 더듬다 보면 어떤 날에는 뾰족한 유리조각이, 어떤 날에는 싸구려 큐빅인지 다이아몬드인지 모를 그 무엇이 손에 쥐어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마음에 '반짝'하고 일어나는 섬광의 정체를 찾아 '나'를 샅샅이 뒤지는 일이다. 그래서 쓰는 사람에게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되고, 읽는 사람에게는 누군가의 삶을 공유하는 경험이 된다. 때문에 적극적으로  읽다 보면 재미와 슬픔을 느끼고 동경, 연민, 존경 등의 마음이 일기도 한다. 글로 엮어진 브런치 세상에서는 한 발 더 나가 '좋아요' 혹은 '댓글'로 그 마음을 표 수 있는데 자, 몇 줄 되지 않는 짧은 이지만 력이 제법 큰 편이다. 나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브런치 세상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도 '댓글'의 힘이 작용한 것이라 생각한다. 용기를 얻기도 하고 따스한 위로를 받기도 하며 글을 쓰는 동력이 되어주기도 하는 '댓글'. 집에 관해 단단히 응어리진  나의 사고를 깨트리는 계기가 되었던 그 만남도 시작은 '댓글'로 주고받은 작은 마음이었다. 


 이달 초, 섬광처럼 반짝하고 나타난 집을 짓겠다는 결심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집을 통해 내가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알기 위해 글을 썼다. 많은 분들이 댓글로 응원과 지지, 걱정의 마음을 표하셨는데 유독 따끔한 충고처럼 느껴지는 댓글이 있었다. 무심코 뱉어낸 듯 보이기도 하지만 무심하게 지나칠 수 없는 무게가 느껴져 댓글을 달아주신 분의 브런치스토리를 찾아 들어갔다. 건축사이자 수필가로서 집에 대한 철학을 담아낸 그분의 글을 읽다 보니 감과 부끄러움이 교차했다. 엇보다 그림 같은 집보다 이야기가 있는 집, 남의 이목보다 우리 식구들의 손길이 닿는 데에 불편함이 없는 집을 지어야 한다는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다. 단독주택을 개축해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집이  예쁘기만 한 공간이 아니라 실용적이며, 모든 식구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출처: 김정관 님 브런치 매거진, 단독주택과 앙꼬 없는 찐빵


용기를 내어 건축사 님메일을 보냈다. 네 조기축구팀 선수가 히딩크 감독에게 팀 감독을 맡아달라 부탁하는 격이. 부족한 경제력은 나중 문제였다. 일을 읽어주시기나 할지 의문이었다. 호기롭게 메일을 보냈지만 회신이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잊어버리고 며칠을 지냈다. 그런데 우연히 열어 본 메일함, 건축사 님으로부터 회신이 와 있었다. 집 짓기에 관한 꿈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메일에 기재된 번호로 전화를 드리니 돌아오는 토요일 오전에 사무실로 방문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급히 라니를 섭외했다. 라니는 일상의 전부를 공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친구이자 내가 그린 구조도를 보고 대번에 '별로~!!!!'를 외친 직언 전문가이니 같이 가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건축사님을 만나 뵙기로 한 날, 새벽 여섯 시 반에 일어나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갔다. 명절 목전에 빈손으로 방문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샤인머스캣 한 상자를 사고 라니와 먹을 간식거리도 장바구니에 주섬주섬 주워넣었다. 건축사님과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게 될지라도 이날의 여정이 라니와의 즐거운 기억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샤인 머스켓 한 상자와 이십 년 지기 친구, 간식거리, 기대와 희망을 실은 차가 한 시간 반을 달려 건축사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 근처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건물 계단을 저벅저벅 걸어 올랐다. 1층, 2층, 3층을 지나 4층, 활짝 열린 사무실 문이 목적지에 다다랐음을 알렸다. 심호흡을 하고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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