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델 분석 9호
토스는 불과 10년 만에 한국 금융사의 판도를 바꾼 혁신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성장 이면에는 금융규제의 높은 장벽을 혁신으로 돌파한 역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토스가 거쳐왔던 주요 금융 규제 변화와 대응을 연도별로 정리하고, 해당 시기에 등장한 새로운 기능·서비스, 그리고 ‘금융 그 이상의 역사를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에 담겨있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먼나라 이웃나라와 같은 토스 역사 참고서(?) 버전으로 써보았고 다음 목차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2013~2014: 창업과 초기 규제 장벽
2015: 정부의 규제 완화 신호와 토스의 공식 출범
2016~2018: 송금 이외 사업 확장 노력
2019~2021: 오픈뱅킹 시대 개막과 금융사업 확대
2022~ : 금융을 넘어 생활로
“금융, 그 이상의 역사” 의미
2013년 비바리퍼블리카 법인 설립으로 시작한 토스의 여정은, 당시 매우 엄격한 금융 규제 환경에서 출발했습니다. 토스는 은행 자동이체망(CMS)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간편송금 서비스 오픈 베타를 개시합니다. 이용자가 앱에서 이체를 요청하면 일단 기록을 모았다가, 주기적으로 창업자인 이승건 대표가 직접 인터넷뱅킹으로 일일이 송금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공인인증서 없이도 전화번호만 알면 송금할 수 있는 획기적 편의성이 입소문을 탔고, 출시 한 달여 만에 가입자 5천 명, 주간 거래액 4,200만 원을 달성했습니다.
진짜 장애물은 기술이 아닌 규제였습니다. 금융당국은 “자동이체 용도의 CMS망을 송금에 사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며, 2014년 4월 말부터 토스의 해당 방식을 금지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토스는 서비스 중단 위기를 맞습니다. 법적으로 “안 된다”는 규정은 없지만 “해도 된다”는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토스는 첫 번째 규제 장벽에 부딪친 것입니다.
토스는 포기하지 않고 대안적 해법을 모색했습니다. 당국 승인을 얻기 전까지는 직접 은행들과 제휴해 뱅킹망 연결을 뚫기로 하고, 수십 곳의 투자사를 찾아다니며 설득을 이어갔습니다. 투자자 50여 곳이 고개를 저었지만, 끝내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0억 원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을 지속할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2015년은 토스에게 전환점이 된 해입니다. 해가 바뀌어도 토스는 여전히 어느 은행의 망도 뚫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었지만, 점차 사회적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인증서나 보안카드 없이 편리한 금융거래”에 대한 요구를 높여갔고, 마침내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 이승건 대표가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로 초청되었습니다.
이승건 대표는 “국내에도 핀테크 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금융정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화답합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위원회는 토스 서비스가 기존 금융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사실상 토스의 간편송금 서비스를 합법화한 결정이었고, 2015년 2월 23일 토스 정식 서비스가 출범하게 됩니다.
복잡한 절차 없이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면 즉시 계좌이체가 가능한 토스의 간편송금은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습니다. 초기에는 IBK기업은행 등 중소형 은행 3곳만 연결되어 전체 계좌의 10% 정도만 커버할 수 있었지만, 토스팀은 “그 10%의 고객을 모두 우리 사용자로 만들자”는 각오로 서비스 개선과 마케팅에 힘썼습니다. 그 결과 2016년 3월 가입자 100만 명 돌파라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고, 이를 계기로 4대 시중은행이 잇따라 토스에 뱅킹망을 열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에 토스는 새로운 수익모델 모색해야만 했습니다. 간편송금 서비스 자체는 수수료를 사용자에게 받지 않는 대신 토스가 건당 이체 수수료를 은행에 납부해야 했기 때문에, 이용자가 늘수록 적자가 커지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토스는 30억 원에 달하는 송금 수수료 비용을 감당해야 했고, 투자 유치에 의존해 성장하던 토스에게 수익화 압박이 현실화되었습니다.
토스는 간편송금 이후 두 번째 기능인 ‘토스결제’를 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거대 IT 기업들의 페이(Pay)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때였습니다. 온라인 가맹점들은 새로운 결제수단을 굳이 도입하려 하지 않았고, 사용자들도 이미 다양한 간편결제 수단을 접하고 있어 토스결제만의 차별성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토스는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서 ‘토스대부’를 선보였습니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소액 대출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였지만, ‘대부’라는 용어에서 느껴지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사용자 반발이 거셌습니다. 결국 토스는 서비스 시작 사흘 만에 토스대부를 전격 종료하였습니다.
토스는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간편송금 외에 어떤 기능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팀원 모두가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빨리 실행해보는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실제로 2017년 토스팀 내에 이른바 “다다다다” 팀이 구성되어, 약 1년간 41개의 서비스를 쉴새없이 출시하는 실험이 벌어졌습니다. 살아남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입니다. 당시만 해도 은행이나 증권사의 비대면 실명확인 계좌개설이 연간 15만 건 수준으로 미미했지만, 토스가 간편 계좌개설 서비스를 내놓자 3개월 만에 21만 개 계좌가 신규 개설되는 폭발적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를 통해 토스는 “사용자가 진정 원하고 불편을 느끼는 금융서비스를 찾으면 성공한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2019년 가장 주목받은 사건은 토스의 인터넷 전문 은행 인가 도전이었습니다. 토스는 신한금융지주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했으나 한차례 고배를 마십니다. 재도전 끝에 2020~2021년에 걸쳐 ‘토스뱅크’의 인가 및 출범 준비가 진행되었습니다. 토스는 은행을 통해 예대마진 수익 등 안정적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고, 종합금융 플랫폼 전략의 퍼즐을 맞추게 됩니다.
2020년 토스는 LG유플러스의 PG 사업부를 인수하여 토스페이먼츠를 출범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온라인 결제망과 가맹점 네트워크를 확보하여 수수료 수익 기반을 다졌습니다. 거의 동일한 시기에 정부는 금융상품 중개·판매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는데, 토스는 미리 갖춰 둔 자회사 토스인슈어런스를 통해 서비스 내용을 법규에 맞게 손질했습니다. 예를 들어, 보험 상품 소개 화면에 상품의 간략 정보만 보여주고 상세 내용은 토스인슈어런스 소속 상담사가 안내하도록 프로세스를 정비하였습니다.
2021년 토스가 인수·설립한 토스증권이 모바일 주식거래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소액으로도 쉽게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앱을 표방하며 젊은 층을 공략, 출시 초기에 MZ세대 투자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단기간에 국내 주식 리테일 계좌 수를 크게 늘렸습니다.
이로써 토스는 간편송금→증권→은행으로 이어지는 풀라인업을 갖추게 되었고, 명실상부 종합금융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요약하면, 토스는 이제 단순 송금 앱을 넘어 “계좌, 카드, 신용, 보험 등 각종 조회서비스와 적금·대출 등 금융상품 개설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했으며, 사용자들에게 슈퍼앱 수준의 편의를 제공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2022년 이후 금융위원회는 핀테크·빅테크의 혁신 금융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고, 마이페이먼트 제도 시행 등 새로운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그동안 간편송금 서비스들은 법적 근거가 모호한 상태였으나, 개정법은 이를 명확히 해주면서도 보다 강화된 이용자 보호 규제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토스는 이 변화에 대비해 서비스와 인프라를 정비하여 법제화된 사업자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즉 간편송금의 제도권 편입이라는 큰 변화를 앞둔 시기로, 토스는 시장 선도 업체로서 규제 환경 변화에 맞춘 선제 대응을 진행 중입니다.
한편 토스는 금융 외 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을 통해 "생활 플랫폼"으로 도약하려는 전략을 전개했습니다. 2023년 토스모바일이라는 이름으로 알뜰폰 통신서비스를 시작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토스모바일은 복잡한 가입 절차를 없애고 eSIM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토스 앱에서 쉽게 가입·관리할 수 있는 것이 강점입니다. 남은 데이터에 따라 최대 1만 원을 토스포인트로 환급해주는 등 차별화된 혜택을 내세웠습니다.
2022년 설립된 토스플레이스는 자체 개발한 POS 단말기 및 매장 경영관리 솔루션 사업으로, 자영업자 대상 결제 단말기 보급에 나섰습니다. 토스의 사용성 철학을 담아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스마트 단말기를 개발하여, 신용카드·간편결제·애플페이 등 모든 결제를 한곳에서 처리하고 매출 관리·마케팅 도구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통적으로 VAN사와 PG사가 양분했던 결제 단말 시장에 핀테크 혁신을 접목한 사례로, 오프라인 결제 데이터를 토스의 금융데이터와 결합해 새로운 금융상품 공급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제화 측면에서도 토스는 금융 너머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합니다. 2020년대 들어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모색하여, 베트남에서 현지 젊은 층을 위한 리워드 기반 송금·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Toss Vietnam 앱을 운영 중이고, 인도네시아 P2P 핀테크 업체에 투자하는 등 해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25년 1월에는 미국 법인 Toss USA Inc.에 200만 달러를 출자하며 북미 시장도 탐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확장은 현지 규제당국의 인허가와 협력이 필수이며, 토스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의 규제 환경에 맞춘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빠르게 성장한 토스는 2024년 907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하며 첫 흑자 전환을 알렸습니다. 공시된 사업보고서와 현황을 종합해볼 때, 토스의 수익화 전략은 아래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금융계열사 시너지 극대화: 토스 플랫폼 안에서 은행–증권–보험의 교차 판매를 활성화하고, 사용자의 라이프타임 가치(LTV)를 높이는 전략을 지속할 것입니다.
사용자 기반 광고·중개 수익 확대: 현재 토스 앱은 신용카드 발급추천, 보험상품 소개 등에서 광고 수익을 얻고 있으며, 이후에 금융 분야 이외의 다양한 광고 상품으로 ‘플랫폼’에 집중한 개인화와 추천 로직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규 금융서비스 출시: 규제 완화에 따라 가능해진 혁신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할 전망이며, 토스는 신용평가 노하우를 살려 자체 후불결제/소액대출 상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금융 분야의 수익 기반 확립: 토스가 진출한 모빌리티(타다), 통신(토스모바일), SME(토스플레이스) 솔루션 분야에서도 직접적 수익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익 창출: 해외에서도 토스 모델의 확장을 모색 중이며, 특히 인구가 많고 모바일 금융 수요가 높은 신흥국에서 송금 수수료, 대출 이자수익, 광고수익 등을 올릴 수 있는 앱을 전개할 가능성이 큽니다.
토스는 마케팅 차원에서 기존 공고를 한데 모아 대규모 채용으로 리브랜딩하였으며, 이때 ‘금융 그 이상의 역사를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토스의 행적을 보았을 때 이 메시지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토스가 대한민국 금융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자부심을 나타냅니다.
토스는 2010년대 중반 세계적으로도 엄격한 한국 금융 규제를 정면돌파하여 간편송금 서비스를 안착시켰고, 이는 국내 금융소비자의 행태 변화를 이끌어낸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토스의 성공 스토리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핀테크 육성의 필요성을 각인시켰고, 결과적으로 인터넷은행, 마이데이터 등 제도 혁신을 앞당긴 측면이 있습니다.
둘째, 토스가 금융에 국한하지 않는 생활 플랫폼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토스는 송금으로 시작해 각종 금융상품 중개, 투자, 보험, 신용관리까지 종합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했고, 최근에는 모빌리티, 통신, 오프라인 결제 등 비금융 서비스도 포괄하는 슈퍼앱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가 일상생활 속 다양한 니즈를 하나의 앱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셋째, 토스가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로 장기적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적 다짐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토스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도 컨슈머 부문 수익 증대가 두드러졌는데, 2024년 소비자 대상 서비스 매출이 1조1390억 원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크게 성장했습니다.
이는 증권 중개수수료, 광고·추천 수수료, 대출중개 수수료, 보험판매 수수료, 은행이자수익 등 플랫폼을 통한 다양한 수익원이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금융 그 이상의 역사는 단지 사용자 수나 혁신성에 머물지 않고 재무적 성공의 역사까지 쓰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토스는 2013년 창업 이후 엄격한 금융 규제 속에서도 혁신적인 간편송금 서비스로 시장에 도전하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규제 완화와 사용자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서비스 확장을 통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했으며, 최근에는 생활 플랫폼으로의 전환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습니다.
‘금융 그 이상의 역사를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은 과거의 영광과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토스의 여정은 기존 금융권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사례로, 기술 혁신과 사용자 중심 전략이 만들어낸 성공 스토리라 할 수 있습니다. IT와 금융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가운데, 앞으로도 토스의 전략이 변화하는 시장에서 선제적 대응과 지속 가능한 성장의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