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델 분석 8호
한때 '광고 없는 경험'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던 넷플릭스가 광고 요금제를 도입했을 때, 많은 이들은 이를 원칙의 타협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이 결정은 오히려 OTT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타당한 결정으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음과 같은 목차로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1. 광고 기반 스트리밍(AVOD) 도입 왜 했을까?
2. 쉽게 풀어보는 AVOD 기술
3. 광고 도입 이후 넷플릭스·디즈니의 성과는?
4. 활성화된 애드테크 시장, 자체 생태계 구축하는 서비스
5. OTT 산업에서 현실화될 명제들
넷플릭스는 2022년 1분기 사상 최초로 가입자 감소를 겪으며 위기감을 느꼈고, 오랫동안 고수해온 광고 없는 모델 철학을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구독자 증가세 둔화에 따른 성장 정체와 콘텐츠 투자 비용 상승으로 인해, 매출 다각화 전략의 하나로 저가 광고 요금제를 도입한 것입니다. 디즈니+ 역시 막대한 스트리밍 투자로 손실이 누적되자, 2022년 말 넷플릭스에 이어 광고 지원형 플랜을 선보이며 스트리밍 사업의 조기 흑자 전환을 모색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소비자 행태 변화도 있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체 시청자의 3분의 2가 “구독료를 아낄 수 있다면 광고를 보고 싶다”고 답하는 등, 광고 수용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실제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비율이 3년 전 17%에서 2024년에는 12%로 떨어졌고, 점점 더 많은 가입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광고 포함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결국 AVOD의 부상은 스트리밍 업체 입장에서 구독자를 유지하고 가격에 민감한 타겟층을 포섭하며, 동시에 광고 수익을 추가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AVOD 모델에서는 애드테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광고 거래는 DSP와 SSP의 프로그래매틱 광고 시스템으로 이루어집니다. 쉽게 말해, DSP는 광고주를 위한 플랫폼으로 여러 매체의 광고 공간을 한곳에서 입찰·구매하도록 돕고, SSP는 퍼블리셔(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으로 보유한 광고 슬롯을 최적의 가격에 판매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시청자가 영상 재생을 시작하거나 중간 광고 지점에 도달하면, 실시간 광고 경매가 열립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SSP가 해당 광고 인벤토리 정보를 보내면, 각 DSP에서 타겟팅 조건에 맞는 광고주들이 입찰을 하고 가장 높은 입찰가의 광고가 즉시 재생되는 식입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시청자의 일반적인 위치나 시청 콘텐츠 장르 등을 참고해 적합한 광고를 SSP를 통해 시장에 내놓고, DSP를 통해 관심사에 부합하는 광고를 노리는 광고주들이 자동으로 경쟁하게 됩니다. 광고는 동영상 사이에 매끄럽게 연결될 수 있게 짜여지며, 자연스러운 플롯 전환 시점에 광고를 배치하는 등 UX를 고려합니다. 또한 빈도 조절과 중복 방지를 위해 규칙을 적용하고, 시청자의 반응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광고 노출 경험 최적화에도 활용합니다.
즉, AVOD의 광고 운영은 기본적으로 자동화된 광고 거래 시스템과 정교한 타겟팅·삽입 기술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특히 동영상의 연속성을 고려하여 적절한 광고를 적시에 적절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모두 광고형 모델 도입 이후 구독자 확대와 수익 증대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2022년 11월 광고 요금제를 도입한 이후, 초기 우려와 달리 가입자 유입이 빠 르게 증가했고, 2023년 11월 기준 광고 요금제의 월 활성 이용자가 1,5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특히 광고 없는 요금제의 가격을 인상하면서, 보다 저렴한 광고 요금제로 가입자를 유도하는 전략이 효과를 거두었고, 2024년 11월에는 광고 플랜 이용자가 7천만 명에 도달하며 전체 가입자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자리 잡았습니다.
디즈니+ 역시 2022년 12월 광고 요금제 도입 이후 미국 내 광고 가입자가 급증하며, 광고 모델의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출시 1년 만에 광고 포함 플랜 가입자가 5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미국 신규 가입자의 50% 이상이 광고 플랜을 선택할 정도로 빠르게 자리 잡았습니다. 2023년 10월 실적 발표에서는 미국 디즈니+ 가입자의 37%, 글로벌 가입자의 30%가 광고 플랜을 사용하고 있으며, 신규 가입자의 60%가 광고 모델을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AVOD 도입 3년 차에 접어든 현재, 넷플릭스와 디즈니+ 모두 구독자 확대와 수익 개선을 동시에 이루며, 스트리밍 업계의 수익 모델을 전환하는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들의 AVOD 전환은 애드테크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으며,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초기 광고 사업 당시 넷플릭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Xandr, 디즈니+는 theTradeDesk와 강력한 협업 관계를 통해 외부 광고 소재를 자사 서비스에 노출하는 전략을 활용했습니다. 현재도 계속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theTradeDesk의 광고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두 플랫폼 모두 광고 기술 전략에서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넷플릭스의 변화
넷플릭스는 2025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의 광고 서버 기술 사용을 중단하고 자체 광고 서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넷플릭스의 프로그래매틱 파트너로서 공급측 플랫폼(SSP) 및 수요측 플랫폼(DSP) 역할을 수행하며, 광고 인벤토리 거래를 지원하는 역할은 계속 유지합니다.
또한 넷플릭스는 2024년 여름부터 theTradeDesk, 구글의 Display & Video 360, 매그나이트(Magnite)를 새로운 프로그래매틱 파트너로 추가하여 광고 구매 옵션을 확장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최근 캐나다에서 자체적인 광고 기술 스택을 첫 적용하여 타겟팅을 더욱 정교화하고 광고주가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2025년부터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디즈니+의 변화
디즈니는 theTradeDesk와의 협력을 확대해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디즈니+, 훌루, ESPN+ 등)에 대한 자동화된 광고 구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즈니는 자체 광고 거래소인 DRAX(Disney Real-Time Ad Exchange)를 통해 더 트레이드 데스크 및 구글 Display & Video 360과 직접 연결하여 광고 구매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2026년까지 자동화된 방식으로 광고 판매 비중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도 상당 부분의 광고를 자동화된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넷플릭스와 디즈니+ 모두 현재는 MS와 The Trade Desk의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넷플릭스는 자체 기술 구축으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 의존도를 점차 낮추고 있으며, 디즈니는 The Trade Desk 및 구글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며 자체 플랫폼(DRAX)을 통해 광고 기술 역량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광고 요금제, 스트리밍 시장의 ‘기본 모델’로 자리 잡게 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단순한 보조 수익원이 아니라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2024년 기준, 신규 가입자의 40%가 광고 요금제를 선택했으며, 3년 차에는 전체 가입자의 30~50%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디즈니+ 역시 테마파크, 굿즈 할인 등 자체 생태계를 활용한 차별화된 광고 요금제 혜택을 내세우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광고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는 지속적으로 가격이 인상되며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광고 요금제로 이동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AI 기반 광고와 쇼핑 연계로 수익 모델이 한층 더 탄탄해집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광고 요금제를 단순한 ‘저가형 옵션’이 아니라, 초개인화 광고와 전자상거래를 결합한 핵심 수익 채널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AI 기반 추천 시스템을 광고에도 적용해 타겟팅 정밀도를 높이고, 광고 단가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디즈니 IP(지적재산권)와 테마파크, 굿즈 판매를 연계한 인터랙티브 광고를 도입해 스트리밍 내 커머스 경험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구글·메타·아마존과 경쟁하는 글로벌 광고 네트워크로 확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OTT 산업은 광고 중심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광고 요금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넷플릭스와 디즈니+뿐만 아니라 OTT 산업 전체가 광고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HBO Max, Apple TV+ 등 프리미엄 OTT들도 광고 기반 모델을 점진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광고 수익이 안정화되면,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오리지널 콘텐츠뿐만 아니라, 스포츠 중계, 리얼리티 프로그램, 라이브 방송 등 새로운 포맷에도 적극 투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OTT는 기존의 ‘광고 없는 프리미엄 모델’에서 벗어나, 광고 기반의 다양한 수익 모델을 결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입 초기에 불과한 AVOD 산업은 여전히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습니다.
데이터 개인화와 개인정보 보호 규제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같은 플랫폼은 AI 기반의 머신러닝 모델을 활용해 광고 타겟팅과 성과 분석을 정밀화하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규제는 데이터 활용의 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광고 성과 측정을 위해서는 퍼스트파티 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하는 한편, 프라이버시 친화적인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크로스 디바이스 환경에서의 광고 기여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기존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는 클릭 기반의 라스트 터치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광고는 사용자가 광고를 본 후 일정 시간이 지나고 다른 기기에서 전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 방식으로는 광고 기여도를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AI 기반의 멀티터치 어트리뷰션(MTA, Multi-Touch Attribution) 모델과 미디어 믹스 모델링(MMM, Media Mix Modeling)을 적용하여 광고의 영향을 보다 정교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데이터 협력 및 서드파티 검증 강화가 필수적입니다.
광고주들은 넷플릭스와 디즈니+ 같은 플랫폼이 자사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관리하면서 광고 성과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theTradeDesk 등 애드테크 기업과 협력하여 데이터 검증을 강화하는 한편, 데이터 클린룸 기술을 활용하여 광고주가 자체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광고 기반 요금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광고주가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를 위해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 크로스 디바이스 추적 기술, 그리고 서드파티 검증 모델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광고 기반 스트리밍(AVOD)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구독자를 유지하고 광고 수익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AVOD 기술은 시청자의 관심사와 시청 맥락에 맞는 광고를 자동으로 경쟁시켜 최적의 타겟팅과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핵심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AVOD 도입 이후 좋은 성과를 달성했으며, 향후에도 애드테크 기업과 협력해 기술 역량을 강화하며 수익성과 경쟁력을 더욱 높여갈 전망입니다.
광고 기반 스트리밍(AVOD)의 성공적 안착은 콘텐츠 비즈니스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광고 요금제를 도입한 것은 단순한 수익 다각화가 아닌, 지속 가능한 콘텐츠 생태계를 위한 필연적 진화였습니다. 풍부한 콘텐츠와 합리적 가격이라는 소비자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천문학적 제작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AVOD는 이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 되어주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AVOD가 데이터 비즈니스의 새로운 전장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자체 기술 스택 구축을 통해 광고주와 소비자 사이의 강력한 중개자 위치를 확보하려 합니다. 이들이 보유한 최대 자산은 돈이나 콘텐츠가 아닌, 시청자의 취향과 행동 패턴에 관한 정밀한 데이터입니다. AVOD의 장기적 성공은 결국 이 데이터를 얼마나 가치 있는 인사이트로 변환해 광고주에게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는 향후 메타와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과의 핵심 경쟁 영역이 될 것입니다. 스트리밍 전쟁의 다음 국면은 콘텐츠가 아닌, 데이터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