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대학원 도전 일지 3️⃣
서류 발표 이후, 고려대학교 MOT와 KAIST I&TM의 면접 일정이 확정되었다. 고려대학교 MOT 면접은 토요일, KAIST I&TM 면접은 그 다음 주 수요일로 잡혔다. KAIST 면접을 위해 반차를 써야 했지만, 이러한 일정을 조율하는 것도 과정의 일부라 생각하며 준비에 집중했다.
내 성격상 면접 준비는 예상 질문을 많이 뽑아두고 면접관이 있다는 가정 하에 계속 말해보는 스타일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이번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준비하되, 특별히 ChatGPT를 적극 활용했다. 지원 동기와 기술경영(MOT)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예상 질문을 만들어 보고, 답변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주요 예상 질문과 답변은 아래와 같다:
지원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선도하는 리더가 되고자 함
- IT 산업, 광고 분야에서의 대기업 경험을 살리고 싶음
- 실무 경험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고, 다양한 산업 사례를 통해 폭넓은 시야를 확보하고자 함
기술경영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 최신 기술을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하여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
- 플랫폼과 같은 신산업의 제재와 돌파 과정을 연구하고 적용할 필요성
들어오게되면 연구하여 작성하고 싶은 논문 주제가 있나요?
- 플랫폼 비즈니스의 미래 지향적 성장 전략 연구
- 데이터 보호와 활용 효율성 간 균형점 탐구
-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함
졸업 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 단기: IT 기업의 광고 비즈니스 리더
- 중기: IT 기업 비즈니스 모델 관련 의사결정자
- 장기: 신생 IT 기업의 기술-비즈니스 밸런스 지원
전통 산업 분야 기업의 디지털화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외부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
- 조직 유연성 확보 + 구성원 디지털 역량 강화
- 의사결정이 빠른 top-down 방식과 개방적 문화의 조화
기술경영 전문가로서 한국 IT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신가요?
- 장기적 기술 혁신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
- 이를 통해 기업의 생존과 지속 가능성 향상
학업 중 특별히 네트워킹하고 싶은 산업 분야나 직무의 동료가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제조업, 바이오 산업 등 플랫폼 이외 분야의 동료
- 타 산업의 관점을 이해하여 산업 간 기술 융합 기회 발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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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MOT 면접은 인터넷에서의 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면접을 담당하시는 교수님과 지원자 그룹 4:4로 진행되었고, 비교적 간단한 자기소개와 지원 동기만 이야기하고 끝났다. 시간 부족으로 심층적인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서류를 통해 이미 합격 여부가 어느 정도 정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고려대학교에서의 면접이 별 문제 없이 수월하게 끝났기에 KAIST 면접은 조금 마음을 놓고 들어간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 생각은 패착에 가까웠고, KAIST 면접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면접 첫 질문은 “KAIST I&TM에 지원한 열정을 영어로 이야기해보세요!”였다. KAIST I&TM 지원을 위해 따둔 900점이 넘는 토익 점수와는 별개로, 해외 물을 1도 먹지 않은 네이티브 한국인인 나는 예상하지 못한 영어 질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5초 정도 정적이 흐른 후, “영어로 하면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아서 한국어로 진행해도 되는지”를 여쭤보고 한국어로 답변을 이어갔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전 합격자들 가운데 영어로 몇개의 답변 준비했지만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정보가 있었고, 질문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 준비했었어야 했던 내 실수였다.)
첫 질문에서 흐름이 꼬였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후 질문에서도 긴장감을 떨치기 어려웠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매력, 에세이에 논문 주석을 많이 달았던 이유,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공급 업체와 플랫폼 업체의 관계 등 심도 있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인터넷에서 접했던 후기와 달리 질문의 깊이가 예상보다 깊었고, 10분간의 면접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KAIST 면접 후 표정이 싹 굳은 채로 터덜터덜하고 나왔다. 또 언제올지 모르는 대전이기에 성심당에서 빵 쇼핑을 하면서 떨쳐내보려고 노력했다. 잘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컸지만, 준비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노력은 나 자신에게 큰 자산으로 남았다. 정신 승리일지는 모르겠지만 면접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경험이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다고 믿으면서 기차에 탔다.
두 대학원의 최종 결과 발표일은 교수님들끼리 입을 맞춘건지 동일한 날에 이뤄졌다. 우선 고려대학교가 먼저 오전에 발표되었고 KAIST는 오후에 발표되었다. 고려대는 서류를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고 면접은 깊게 들어가지 않았기에, 떨어지더라도 이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원하는대로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KAIST였다. 면접을 너무 망쳤다고 생각했기에 기대감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카이스트는 애초에 거리가 너무 멀었어'라고 애써 나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시간이 되자마자 결과를 보려고 부리나케 확인하는 내 모습에서 그 마음은 거짓된 것이라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첫 질문 이외에 다른 질문들에 답변을 잘 했다고 생각하신걸까. 기대하지 않았던 합격 통보를 받았고 굉장히 두근대던 마음이 안심되기 시작했다. 선택의 시간이 왔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느껴졌던 나의 마음을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KAIST의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었고, 거리가 멀어서 몸은 힘들겠지만 젊은 지금이 아니면 도전하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물론 미래의 스트레스는 미래의 내가 감당해주겠지라는 마음이었다..ㅋㅋ)
이제 대학원 시작이 한달 남짓 남았다. 대학원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