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모델 분석 5호
SK텔레콤은 그동안 대화형 AI ‘에이닷(A.dot)’을 중심으로 미래 지향적인 플랫폼 비전을 강조해 왔습니다. 초기에는 개인화된 대화형 캐릭터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하면서 1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등 성장세를 보여주었지만,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추상적인 면이 있었죠.
하지만 2025년에 들어서면서 SK텔레콤은 한층 트렌디하고 현실적인 접근으로 전략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자사의 통신 인프라와 AI 기술 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플랫폼 기회를 모색하면서, 구체적인 매출 창출 방안이나 글로벌 진출 시나리오는 분명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마트폰 시대 이후에 문자 메시지, 네이트온, 싸이월드라는 중요한 서비스 자산을 잃어버린 SK텔레콤의 모습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음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SK텔레콤은 어떤 전략으로 AI 시대를 대비하고 있을까요?
세스 고딘의 ‘린치핀’은 SK텔레콤과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요?
SK텔레콤이 AI 시대에 전략적 서비스 자산을 갖출 수 있을까요?
2025 CES에서 언급된 SKT의 AI 전략 방향은 크게 세 가지 주요 방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AI 에이전트 ‘에스터(A*, Aster)’ 개발
에스터는 현대인의 바쁜 일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AI 에이전트로 ’Life Man-agement(일상 관리)’라는 핵심 가치를 지향하며 3월부터 북미 사용자 대상 베타 서비스 예정입니다.
에스터에서 제공하는 AI 에이전트 기능은 계획에서 실행까지 완결적으로 수행하며, 개인 맞춤 제안과 리마인드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돕습니다.
즉 사용자는 계획, 실행, 상기, 조언 등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실제 액션까지 이어지는 AI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SKT는 이용자와 AI 에이전트간 소통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 에스터의 서비스 형태가 다른 AI 서비스들과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설명하며 “액션까지 취해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포지셔닝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2. 텔코 얼라이언스를 통한 통신사와의 협력
SKT는 AI 서비스를 통신사와 결합해 각 나라의 서비스와 협업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는 2023년 11월 출범해 SKT를 비롯한 도이치텔레콤, e&, 싱텔,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통신사들이 모인 연합체입니다.
이를 통해 각국 통신사들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프런트 서비스와 결합해, 기존 AI 서비스와 차별화된 기능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SKT는 “각 국가별 통신사와 협력하여 통신사가 제공할 수 있는 프런트 서비스 피쳐들을 AI 서비스에 녹였기에, ChatGPT와 같은 서비스와는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3. 자체 제작 ‘텔코 LLM’ 개발 및 활용
SKT는 AI 기술을 통신 서비스와 결합해 통신의 질을 향상시키고, AI와 통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며, 자체 LLM을 개발해 B2B 사업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이는 한국 시장의 특수한 요구사항과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SKT는 자체 LLM을 통해 상담사 보조, 세일즈 등 보다 맞춤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SKT는 자체 LLM을 가져야 되는 이유로 “한국 시장에서 여러 가지 Specific한 것들이 있고, 보안 문제 등 온프레임으로 대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최근 공개한 글로벌향 AI 에이전트 ‘에스터(A*)’는 단순 대화형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할 일 목록 생성 및 타사 앱 연동 등을 통해 실제 액션을 수행해 주는 AI 에이전트 모델로서 눈길을 끕니다. 이는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사용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실행력을 갖춤으로써, 실제 매출이나 고객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예컨대 요리 준비부터 예약,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연결해 주는 형태는 플랫폼 기업들이 모색해 온 ‘슈퍼앱(Super App)’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여기에 SK텔레콤이 지닌 통신사로서의 폭넓은 고객 접점, 그리고 퍼플렉시티 등 글로벌 AI 업체들과 협력해 얻을 수 있는 기술적 시너지까지 더해진다면, 북미 시장을 비롯한 해외 주요 시장에서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파트너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스터를 통해 SK텔레콤이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 AI 엔진인 한국어 LLM(에이닷) 기반 대화 서비스가 먼저 자리 잡은 뒤, B2B 및 B2C 영역을 넘나드는 밀착형 에이전트로 확장해 나가는 구도입니다.이를 통해 자율주행·물류 로봇·클라우드 등 기존 발표에서 강조했던 분야와도 연계되며, 통신 네트워크와 결합한 형태의 AI 솔루션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결국 SK텔레콤의 2025년 AI 전략은, 이전에 제시되었던 미래 플랫폼 중심의 비전을 토대로 보다 실질적이고 실행력 있는 서비스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에스터’라는 글로벌향 AI 에이전트는 대화·검색을 넘어 사용자의 실제 문제를 끝까지 해결해 주는 차별화된 강점을 제시하고 있으며,통신사로서 확보하고 있는 폭넓은 고객 경험과 해외 파트너십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러한 서비스가 실제 글로벌 무대에서 어느 정도의 고객 유입과 매출 창출을 달성할 수 있느냐, 그리고 AI를 비롯해 자율주행·클라우드·로봇 등으로 이어지는 다각적 사업 구조가 얼마나 빠르게 수익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일 것입니다.
SK텔레콤이 최근 AI 서비스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이면에는, 과거에 겪은 여러 번의 인터넷 서비스 관련 실패 경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CES 2025에서 언급한 SK텔레콤 유영상 CEO는 에스터를 한국이 아닌 글로벌 전용으로 출시하는 이유로 싸이월드에서 얻은 교훈을 언급했습니다.
우리가 싸이월드를 잘했잖아요.
그걸 해외로 갖고 나가려고, 전 세계 한 다섯 개국 이상을 나갔어요.
해봤는데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게 한국에서 잘 되는 게 꼭 해외로 가져간다고 잘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이게 해외 유저들은 또 생각들이 다르고, 여러 가지 향들이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한국과는 동시에 나가자, 과거의 방식보다는 새로운 방식으로 가자,
이런 관점에서 두 개를 동시에 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에이닷을 계속 밀고, 해외에서는 에스터를 밀고..
이처럼 SK텔레콤은 여러 인터넷 서비스에서 고배를 마신 적이 많습니다.
스마트폰 시대 이전의 SK텔레콤은 국내 1위 이동통신사로서 막강한 고객 기반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스마트폰이 급격히 대중화되면서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에게 시장 우위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 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했던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는 한때 국내 SNS와 메신저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렸으나,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사용자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경쟁력을 상실하고 말았죠.
문자 메시지(SMS) & 네이트온(NateOn)
문제 메시지는 모든 휴대전화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즉각적이고 빠른 메시지 전송으로 통신사 수익의 핵심 수익 모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SKT는 문자 메시지의 높은 수익성에 의존하여 대체 서비스 개발을 지연했고, 결국 시장 변화에 늦은 대응으로 카카오톡, WhatsApp 등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 밀렸습니다.
네이트온은 PC 기반 메신저의 선구자로 메시징, 파일 전송, 무료 문자 기능 등으로 개인·기업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았고, 국내에서 독점적 시장 지위와 높은 사용자 충성도 유지했습니다. 마찬가지로 PC 기반 메신저의 기존 사용자층과 수익을 유지하려다 모바일 중심의 기술 혁신 및 투자 타이밍 상실했습니다.
싸이월드(Cyworld)
미니홈피를 통해 개인화된 소셜 네트워크 경험 제공하면서 지인 기반 네트워크로 사용자 유입을 촉진하는 커뮤니티 형성했습니다.
도토리 판매와 기존 사용자 기반의 안정적 수익에 집중하여 모바일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 및 투자가 부족하여 PC 웹 기반 서비스에 머물러 Facebook 등 모바일 SNS 서비스에 밀렸습니다.
SK텔레콤은 한때 뛰어난 인프라와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신기술 흐름을 놓친 탓에 모바일 시대에 새로운 주류 서비스로 도약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 경험은 “통신사의 막강한 자본력이라면 당연히 혁신할 수 있다”는 낙관을 깨뜨리는 동시에, 디지털 혁신의 속도에 맞춰 적극적으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교훈을 줬습니다. 바로 이 학습 효과가 현재 SK텔레콤의 AI 전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린치핀(Linchpin)은 본래 마차 바퀴를 고정하는 중요한 핀을 뜻하지만, 현대의 비즈니스와 개인 개발 맥락에서는 조직이나 시스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물이나 요소를 의미합니다.
이 개념은 세스 고딘(Seth Godin)의 저서 『Linchpin: Are You Indispensable?』에서 대중화되었으며, 개인이 단순히 기계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의성과 독창성을 발휘하는 핵심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린치핀에게는 기존 틀을 뛰어넘는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 조직이 그 인물 없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정도의 필수성,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개선과 변화를 추구하는 도전 정신, 그리고 아이디어를 실질적인 결과로 전환하는 실행력이 요구됩니다.
세스 고딘이 설명하는 린치핀이 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 기존 시스템에 순응하기보다는 새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행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 다른 사람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비전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내적 본능(데이먼)을 따르기
- 인간은 본능적으로 질문하고, 창조하며, 새로운 것을 탐구하려는 내적 동기를 가지고 있다.
- 내 안의 "리지스턴스(저항)"를 극복하고, 자신이 믿는 바를 실행해야 한다.
- 실패나 비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간절함 활용하기
- 부자와 같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오는 여유보다는, 간절함이 린치핀을 만드는 중요한 동력이다.
- 생존을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도전할 수 있다.
자원이 풍부한 개인이나 기업은 안락함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간과하거나 실행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안정된 환경은 변화를 추구해야 할 동기를 약화시키고, 기존 성공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아지기 때문이죠. 이는 역사적으로 여러 사례에서 확인됩니다.
코닥은 필름 카메라 시장을 장악했던 기업으로 일찍이 디지털 카메라용 CCD 기술을 개발하고도 필름 기반 비즈니스 모델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에 혁신을 무시했으며, 일본 기업들이 해당 시장을 선점하게 만들었습니다.
야후는 1990~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최대의 인터넷 포털이었으나, 기술보다는 미디어 기업의 성격을 강조하며 검색이 미래 인터넷 시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비전을 간과했고, 결국 구글이 독자적으로 성장하며 검색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SKT 또한 문자 메시지, 네이트온, 싸이월드 등의 서비스를 통해 한때 시장을 선도했지만,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분위기로 인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 어려웠습니다.
"SK텔레콤이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를 만들지 못한 것은 통신사였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 (아시아경제)
“하지만 현실이 주는 안락함에 너무 길들어져버린 나머지, 싸이월드는 모바일 서비스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국내에서만큼은 SNS 서비스로 영원히 자신들이 1위일 것이라는 안일함 때문이었다.” (K글로벌타임스)
내부에 혁신을 주도할 인물이 없었거나, 있더라도 과감한 도전이 받아들여지기 힘든 구조가 형성된 상태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시장 변화와 기술 발전 속에서 새로운 중심 가치를 제때 재정의하지 못하고 기회를 놓쳤으며, 한때의 성공에 안주하는 동안 경쟁사들의 추격을 허용하게 되었죠.
결국 끊임없는 도전과 실행 없이 현재의 성공에 안주한다면 핵심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환경 변화에 맞춰 혁신을 추구하고 새로운 중심 가치를 지속적으로 재정의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독창적이고 필수적이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히 실행에 옮기는 태도가 ‘린치핀’이 되는 핵심 조건이며, SK텔레콤도 이에 따라야 합니다.
SK텔레콤은 AI 에이전트 ‘에스터’, 글로벌 텔코 얼라이언스, 자체 LLM 개발을 통해 AI 시대를 전략적으로 대응하고자 합니다.
안정된 수익 구조를 포기하지 못하여 혁신 타이밍을 놓쳤던 과거의 경험이 지금의 선제적인 AI 대응이라는 방향성으로 이어지는 데 영향을 끼쳤습니다.
결국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히 실행에 옮기는 태도가 앞으로의 SK텔레콤이 AI 서비스로도 성공적인 ‘린치핀’ 기업이 될 수 있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SK텔레콤이 앞으로 맞이하게 될 AI 시대는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의 접근성이 높아진 시기에 ‘어떻게 활용하고 실행할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끊임없이 도전하고, 사용자에게 실제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며, 독보적 실행력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일입니다. AI 에이전트 ‘에스터’를 필두로 한 SK텔레콤의 AI 전략이 이제는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더욱 주목해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