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관절염 환자가 되다

by 아이귤

지난 주에 건선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관절이 낡아 염증이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과는 달리, 면역세포가 오류를 일으켜 내 몸을 공격해서 생기는 질병으로 나이와 관계는 없다. 완치는 불가능하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평생 함께해야 할 질환이다.


또한 나는 피부 건선을 오래 앓고 있다. 마찬가지로 자가면역질환이다. 증상이 심할 때는 걷는 걸음걸음 허연 각질이 수북이 떨어지고 자다 깨서 온몸을 벅벅 긁기도 한다. 긁다 말고 짜증에 북받쳐 질질 운 적도 많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이제야 조금씩 피부 건선을 평생 함께 해야 할 ‘반려 질환’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참인데 건선보다 중증도가 한단계 높은 관절염이라는 새로운 동반자가 또 생겼다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그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헤아리며 그 중에서도 최악을 끝까지 파고드는 성미인 나는, 진단을 받고 온 그날 밤부터 건선 관절염에 관한 정보와 투병기, 관련 서적 등 온갖 정보를 찾아 인터넷을 헤맸다.


완치되는 병이 아니므로 호전된 다음 다시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궁극적인 치료의 목적이라고 한다. 언제 무슨 이유로 어떻게 악화되고 호전되는지는 알 수 없고 그저 상황을 보아가며 약을 복용하거나 중단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세상 만사가 나의 계획과 통제 하에 있어야만 마음이 편한 나 같은 사람한테 이렇게 예측이 불가한 질병과의 동행이라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끌어안고 앉아있는 것만 같다.


어쨌든 확실한 한가지는, 싸우든 사이좋게 지내든 나는 이 두 질환과 남은 인생을 함께해야 한다. 오직 이 예측 불가능한 병만이 미지의 내 미래에 유일하게 확실한 일이라니 아이러니 하지만 당장 죽는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든 적응이야 할 터다. 그러니 나의 노년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 되겠지.


‘노년’이란 태어나고 노쇠하여 죽는 자연스런 인생의 흐름이 끝나가는 시기일 뿐 엄청나게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고 생각해 왔는데 막상 품 안에 폭탄이 들어오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저 순리대로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처절히 물고 뜯고 싸우며 진흙탕에 뒹굴어야 하는 시간들이 되겠다는 예감. 안간힘을 다해 휘젓고 있는 다리의 존재를 모른 채 물 위에 표표히 떠 있는 백조의 모습만이 인생이라 생각해 왔던 애송이, 이제 인생의 쓴 맛을 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