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이었다. 평소 오른손 엄지에 헐렁하게 맞던 반지가 마디에 걸려서 들어가질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며칠이 지났는데 밤에 갑자기 그 마디가 화끈거리며 아프기 시작했다. 뭐지.
당장 큰일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제미나이에게 등 떠밀려 다음날 아침일찍 홈닥터(=가정의학과, 독일에서는 등록된 가정의학과 의사가 내 모든 병력을 관리한다)를 찾았다. 피를 뽑고 이부푸로펜을 처방받았다. 다음날 나온 결과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고 통증도 없어졌다. 그런데 반지는 여전히 들어가지 않았다.
2,3주가 지나 지난번 보다는 강도가 훨씬 덜한 통증이 찾아왔고 가정의는 바로 류마티즘 내과 예약을 잡아주었다. 손가락 초음파를 보고 오라고 했다. 피검사 결과 염증수치는 정상 범위 안에 있지만 건선을 오래 앓고 있으니 건선관절염일 가능성이 있다고. 철분제 먹고 회복된 지난 여름의 철 결핍성 빈혈도 이 건선관절염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류마티스내과 의사는 초음파를 보더니 반지가 안 들어가던 오른손 엄지손가락 마디에 염증이 있다고 했다. 건선관절염 맞는 것 같다고. 일단 두 달 정도 소염진통제를 복용해 보고 듣지 않으면 좀더 강도가 센 약을 써 보자고 했다. 그리고선 피를 한바가지 뽑고 소변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를 보고 건선관절염이 아니거나 다른 이상이 있으면 연락을 주겠다며, 1주일 내에 연락 없으면 건선관절염 확정이라고.
셀레콕시브라는 소염진통제 100밀리그램을 하루에 두번씩 먹은지 한달이 좀 넘었다. 반지가 안 들어가던 오른손 엄지는 지금도 그 상태 그대로 아무 변화가 없다. 약을 먹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한번 생긴 염증은 영영 없어지지 않는걸까. 이걸 없애지도 못하고 커지는 걸 막지도 못하고 다만 커지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최선의 치료일까. 이렇게 무기력하다니, 내 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