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모든 것, 토스
금융의 모든 것
'정 OO 님이 토스에서 1,000원을 송금하였습니다.'
처음 토스를 알게 된 건 지인이 보낸 푸시를 통해서였다. 저 문자를 받고 한동안 '이게 뭐지?' 하면서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보이스피싱인가?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기는 한데.. 돌이켜보면 한창 토스에서 지인 소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저 문자를 받고 무시했었던 기억이 난다. 1,000원. (물론 붕어빵을 두 개나 사먹을 수 있는 소중한 금액이지만) 앱을 설치하고 번거롭게 회원가입까지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흐린 눈을 하고 못 본 척했었다. 그러다 얼마 안 가 공인인증서 없이 송금이 가능하다는 엄청난 메리트에 빠져 결국 앱을 설치하게 되었지만. 토스를 설치, 사용 후 느낀 첫인상은 '간결하다.'였다. 정말이지.. 어떤 면에서 보아도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 그 자체였다. 토스는 어떻게 이런 편리함을 가능케 했을까?
토스는 돈을 쉽게 송금할 수 있는 모바일 금융 어플리케이션이다. '금융이 쉬워진다'를 모토로, 앱의 간판 기능이나 다름없는 간편 송금 서비스부터 시작해 현재는 자산 관리, 결제, 보험, 투자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 전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금융을 쉽고 간편하게 만들겠다는 포부에서부터 이미 그들의 강점이 드러난다. 토스는 기존 금융 서비스들이 가진 불편점에 주목했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법한 이야기들이다. 공인인증서 인증, 보안카드 번호 입력, 다시 공인인증서 인증. 보안을 위해 필요한 과정일까? 의심하면서도 별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기존처럼 사용하는 수 밖에 없었다. 토스는 바로 이 점을 고객의 문제라고 보았다. '돈 한 번 보내려면 거쳐야 하는 인증과정이 너무 많다.'
토스는 간편 송금 서비스를 선보이며 이러한 고질적문제를 해결했다. 개인적으로 간편 송금 기능을 처음 접했을 때, '조금 말이 안 된다'라고 느꼈을 정도로 과정이 간단했다. 너무 간단해서 오히려 보안성이 떨어지는 게 아닐까 고민이 될 정도였다. (간편 송금이 내겐 감동의 순간, 와우 모먼트였다.) 액티브 X의 나라 한국에서 규제 없이 이런 기능을 사용자에게 서비스할 수 있다는 게 그저 놀라웠다.
간편 송금 뿐만 아니라, 토스는 다방면에서 편리한 금융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개인 가계부 역할부터 전담 펀드 매니저 역할까지, 사용자가 토스 하나면 가능하도록 했다. 간편함과 단순함으로 무장한 토스는 자산관리와 금융 생활의 판도를 바꿔놓았고, 현재에도 시장의 변화는 진행 중이다.
2015년 서비스 런칭 후 현재까지의 토스의 가입자 수는 1700만 명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토스의 주 수입원은 무엇일까? 의외로 간편 송금이 아닌 'B2B 비즈니스'다. 간편 송금은 토스에게 큰돈을 벌어다주진 못했다. 현행법상 핀테크 업체는 금융 상품을 만들어 팔 수 없다. 그렇다면 금융사의 상품을 중개해주거나 대행해주는 것이 방법인데, 토스의 간편 송금 모델도 이에 속한다. 토스는 사용자에게 송금 과정에서 수수료 500원을 받지만 은행사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회사에 떨어지는 수익은 거의 없다. 간편 송금은 오랜 적자의 원인이었던 동시에 '쉬운 송금을 원하는' 많은 고객들을 단시간에 끌어모으는 수단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토스의 시장 진입을 놓고 금융사들의 심한 견제가 있을 것이라 염려했다. 핀테크 업체의 등장 전까지 금융업계는 다소 보수적인 구석이 있는 산업이었다. 토스라는 메기의 등장 덕에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공조 효과가 발생되었고 그 결과 현재 토스의 주 수익원은 B2B 비즈니스다. 금융사의 금융 상품을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식이다. 중개 채널로서 영업을 기가 막히게 진행하려면 우선 사용자 층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하는데, 토스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사용자들을 끌어모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사는 토스의 중요한 고객이며, 이는 카드/대출/투자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사견이지만, 토스 뱅크가 출범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토스는 정보 구조 역시 심플하다. 어떤 기능을 실행하는 데 있어 많은 depth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개인적으로 아주 플랫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능을 이리저리 숨겨놓은 듯한 은행 앱의 유저 인터페이스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본인이 원하는 기능을 찾기 어렵다면 전체 탭에 접근하면 된다는 점 또한 이색적이다. 만약 홈, 내 소비, 추천 탭에서 사용자가 찾는 기능이 없다면 전체 탭에서 토스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되어있다. 가장 먼저 접근하는 홈 탭에는 기본적인 은행 업무들을 모아놓았고, 내 소비 탭을 통해 개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추천 탭은 = '영업' 탭으로 읽어도 될 듯 하다. 추천 탭에서는 금융사들의 카드나 대출, 보험 상품들을 사용자의 소비 패턴과 적절하게 엮어 판매하고 있다. 이는 B2B 수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분임에도, 토스는 추천 탭을 과감히 드러내고 다양한 혜택 이벤트를 제공하며 금융사들의 상품을 중개하고 있다. 대면 카드 개설이 대폭 감소한 지금 같은 시기에 토스는 카드사들에게 좋은 창구가 되어준다.
회원가입 역시 간편하다. 다른 서비스 역시 회원 수 확보를 위해 회원가입 과정을 최대한 짧고 쉽게 만드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명색이 금융 앱인데 회원가입이 이렇게 간단해도 되는 건가 싶었다. 이름, 주민번호, 휴대폰 번호를 단계 별로 입력하면 ARS 인증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사용할 비밀번호를 지정하면 끝.
회원 가입을 마친 사용자가 가장 먼저 도달하게 되는 화면이다. 사용자는 이 화면에서 본인의 계좌 잔고와 카드 대금, 투자 상품, 대출 상품을 한눈에 확인해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화면 최상단에 신용 점수와 간판 기능인 송금 버튼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점. 사실 재테크는 신용 등급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신용 등급이 낮은 경우, 신용카드 발급이 거부되거나 대출 시에도 상당히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한마디로 신용 점수를 관리하는 것은 자산관리의 출발점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 신용 점수를 조회하고 어떤 혜택들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게 함으로써 사용자가 토스를 단순 송금 앱이 아닌 올인원 자산관리 앱으로 인지하게끔 공을 들였다.
토스의 송금 화면은 언뜻 보면 전화 다이얼처럼 생기기도 했고, 계산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송금할 금액을 직접 타이핑해 입력하는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고, 송금 대상을 설정 후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송금이 완료된다. 하지만 송금시마다 수수료 500원이 발생되는데, 토스는 월 10회에 한해 무료 송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에는 월 5회였지만 10회로 변경되었다.) 여기서 송금 수수료를 줄이려면 토스 머니를 충전하고 연락처 송금 기능을 사용하면 되는데, 만약 상대방이 토스 유저가 아닌 경우 토스 앱을 가입해야만 토스 머니를 송금받을 수 있는 불편점이 발생된다.
사업 전략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연락처 송금과 토스 머니 충전은 잠재 고객을 데려올 기회의 문이 된다. 이는 토스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유지와 추천, 획득의 과정이겠지만 사실 이런 문자를 받은 고객의 입장에서는 '번거롭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입금 대기 중인 금액이 만원 정도라면 귀찮더라도 앱을 설치해 토스 머니를 받겠지만 오백 원, 천 원 정도의 금액이라면 나중으로 미루거나 아예 송금받았다는 사실을 잊을 수도 있다. (그보다는 보내준 사람에게 왜 다짜고짜 토스로 돈을 보내냐고 따지는 게 먼저가 될 수도 있고.)
송금 수수료가 비싸다는 사용자들의 불평에 반응한 것인지, 토스도 자체 멤버십 혜택을 선보였다. 월 3,900원을 내면 가입할 수 있는 멤버십 제도로 고객 편의를 위한 다양한 혜택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용자의 입장에서 가장 훅이 될 만한 요소는 계좌 송금 수수료가 100원으로 조정된다는 것. 그 외 내 계좌 간 무료 송금, 송금 건당/토스 카드 결제 한 건당 100원을 지급하고 월 최대 2만 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게 한 부분 등 여러 가지로 혜택을 제공하려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한 마디로 토스 프라임의 고객은 결제 시 토스 머니 카드를 주로 이용하는 사람이거나 송금을 월 18회 이상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토스 머니 카드를 발급하지 않은 회원이거나 월 송금 횟수가 크게 많지 않은 고객이라면 토스 프라임에 가입해 월 대금을 지불할 만한 메리트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단순 계산으로 해도 무료 송금 10건+39건으로 월 49건 이상 송금해야 한 달 사용료가 떨어진다.) 토스 프라임의 첫 달 사용료는 무료이며, 이러한 방식을 통해 사용자의 락 인(Lock-in)을 노리고 있다.
내 소비 탭은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자주 들낙거리는 탭이기도 하고, 토스 사용자들의 가계부를 대신하고 있는 기능이기도 하다. 오늘까지의 총수입과 소비를 보여주고 매일마다 얼마만큼의 지출이 있었는지 캘린더 형태로 보여주는 달력 기능도 제공된다. 한 마디로 내가 돈을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를 한눈에 확인 가능하게끔 구현됐다.
어떤 카테고리에 돈을 많이 소비했는지 나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힙한 소비 타이틀을 붙여주기도 한다. 나는 [네이버 회장님], [문명인], [나는 언제나 떠나고 싶다], [지름신이 오셨습니다] 등 4개의 타이틀을 취득했는데 재밌기도 하면서 어딘가 민망하다. 이 정도 소비로 네이버 회장님은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내가 돈을 그렇게 많이 썼나? 아닌데? 거기다 타이틀을 공유해 친구한테 내가 돈을 이렇게 쓴다 자랑하라니! 힙하긴 한데 묘하게 부끄럽다. (현타가 오는 부분)
고정적인 지출과 평소보다 큰 지출을 보여주며 사용자가 소비습관을 돌아보고 고정 지출을 줄일 수 있게끔 했다. 다소 아쉬웠던 점이라면 네이버 페이 결제를 이용할 시 카테고리 트래킹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 사용자가 수동으로 카테고리를 분류하게 되면 수기로 쓰는 가계부와 별 다를 바가 없어진다. 물론 전자 가계부는 모든 걸 기억하다는 점에서 나보다 훨씬 똑똑하지만.
송금 지원금부터 소비 지원금, 행운 퀴즈, 만보기까지. 토스는 다양한 리워드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토스 머니가 있다. 토스는 이러한 리워드 혜택을 통해 사용자가 지인에게 푸시를 보내어 토스 앱을 사용해 보도록 했고, 이미 토스를 사용 중인 사용자 역시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며 앱을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친구를 초대할 때마다 3,000원의 리워드를 받는 지인 추천 이벤트다. 고객 한 명을 데려오는 획득 비용보다 유입된 고객이 토스를 떠나기 전까지 사용하는 비용이 더 크다 판단되었을 수도 있다. 동시에 리텐션까지 잡을 수 있는 방법이므로, 리워드 이벤트 집행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SNS로 공유하는 기능을 둬 사용자가 마케팅 채널의 역할까지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런 기능들은 대부분 그럴 듯하게 사용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뭐랄까. '현대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힙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끔 해준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오늘도 친구에게 앱 푸시를 보내며)
2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aykim13/43
[참고한 이미지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