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힘 들이지 않고 당신의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방법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도전과 실패에 대한 소중함을 가르치는 격언인데, 나는 항상 이 말을 다음과 같이 수정하고 싶었다. “유의미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세상에는 많은 아이디어들이 있다. 그것들의 대부분은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의 손에 가다듬어지기 전까지는. 하지만 그 아이디어 중 막상 제품화되어 시장에 나오는 것은 몇 안 되고, 흔히들 꿈꾸는 성공적 결과를 거두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어 현실이 되기까지는 수도 없는 실험이 반복되며 그 과정은 무수한 실패가 뒤따른다.
그런데, 과연 모든 실패가 의미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의 리소스(시간, 돈, 에너지)를 싹싹 긁어모아 준비한 제품이 시장에서 크게 외면당하고 그 결과로 큰 빚을 떠안게 된다면 이보다 절망적인 상황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를 잘하는, 즉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유의미한 실패를 하는 방법은 없을까?
제품 개발 단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개념이 있다. ‘프로토타입'과 ‘MVP’ 그리고 ‘프리토타입'이다. 이미 잘 알려진 앞의 두 개념에 비해 프리토타입은 다소 생소하게 들리기는 한다. 프리토타입은 Google에서 엔지니어링 디렉터로 일하던 Alberto Savoia에 의해 처음 정의된 개념이다. 그는 IBM의 팜 파일럿을 예시로 들며,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실행을 잘 못해서가 아닌 ‘가장 적합한 제품'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 꼬집었다.
즉, 프리토타이핑은 최대한 단순하고 빠르게 아이디어를 검증해서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유의미한 결과를 창출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제품이 실제로 구축되지 않기 때문에 실험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에너지가 프로토타입보다도 적을 수밖에 없다.
쉬운 예를 들어볼까? 당신이 한 동네 식당의 사장이라고 가정해 보자. 최근 엄청난 레시피가 번개처럼 떠오른 당신은 곧바로 신메뉴를 메뉴판에 추가하고 싶은데, 이 음식을 정말 사람들이 좋아할 지에 대한 확신은 없는 상태다. 그래서 단 하루 동안만 이 음식을 임시로 판매해 보기로 결정했다. 고작 단 하루였지만 고객들이 보인 관심은 지대했고 첫날에만 수십 그릇의 음식이 팔렸다.
“fake it till you make it”
위와 비슷한 예로 맥도널드의 McSpaghetti 사례가 있다. 맥도날드는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신메뉴 맥스파게티의 수요를 확인했다. 모바일 주문 앱과 현장 메뉴판에 개발도 하지 않은 맥스파게티를 추가하고, 고객에게서 실제 주문이 들어오면 ‘맥스파게티는 현재 주문할 수 없다. 대신 무료 감자 튀김 쿠폰을 주겠다.’는 식으로 둘러댔다고 한다. 그들은 언제, 어떤 사람들이 맥스파게티를 얼마나 주문하는지를 확인 후 해당 메뉴를 실제로 개발해 특정 국가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서 꼭 실제 제품이 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간단한 테스트와 관찰을 통해 아이디어가 유효한지 확인한 후, 이를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예가 떠올랐다. 최근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당근마켓이 소개되었다. 유재석이 자신의 남는 시간을 당근마켓에 올리면서, 한 당근 유저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는 장면이 화제가 됐었다.
이후, 당근마켓은 발 빠른 대응을 보여주면서 ‘이웃을 만나 고마웠거나 즐거웠던 이야기를 댓글로 남겨주면' 추첨을 통해 ‘당근 장바구니 100개'를 증정해 주겠다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나는 이 이벤트를 보자마자, 최근 당근마켓이 통신 판매 대행 및 캐릭터 사업 등을 신고했다는 한 기사 내용이 떠올랐다. 어떻게 보면 시의적절한 이 이벤트 역시 향후 당근마켓의 굿즈 판매 수요를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는 프리토타입일 수도 있다.
프로토타입은 MVP(최소 기능 제품)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프리토 타입은 ‘사람들이 우리 제품에 관심이 있을까?’를 확인해 보는 것이 목적이라 한다면, 프로토타입은 ‘이 제품을 우리가 구현할 수 있을까?’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제품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고, 제품팀이 예상한 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므로 디테일과 현물이 없는 프리토타입과는 다르다.
아이디어가 유효한지 검증하기 위해 굳이 몇 달여의 시간을 들여 현물을 만들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빠른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이 아이디어가 정말로 유효한지를 확인해 보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먼저 아이디어의 가능성이 증명된 뒤 디테일을 추가해도 늦지 않다. 모두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듯, 우리의 멘탈과 리소스 그리고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리스크와 기회 역시 둘도 없이 귀중한 자산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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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위시켓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참고한 글]
https://www.linkedin.com/pulse/pretotype-how-fail-fast-often-fedor-shkliarau/
https://www.blender.nz/2017/05/pretotyping-pretending-prototy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