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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아홉 방울 (몸에서 가장 먼 발가락)

2022.12.10

by 단아작가

1.

굽이 있는 부츠를 신었다.

발이 지끈 거리며 통증을 자아낸다.

동생은 이런 기분을 ‘돌멩이 위를 걷는 기분’이라더라.

입이 바짝 마르고 어지럽다.


2.

친구가 선물해준 따뜻한 꿀이 들어간 티백의 차를 마신다. 따뜻한 한 모금이 목을 내려가 속을 데운다.

따뜻함은 옮고 마음이 뭉글하게 데워진다.


3.

집밥은 정성이 담기는 것 같다.

먹을 사람을 온전히 생각하며 손질부터 담는 일까지 하는데, 그렇게 만들어지는 음식이 맛이 없을 리가 있을 리가 있나.


4.

다정한 것은 아무래도 온기를 품는 것 같다.

말에도 온기가 있다니.

아니 한 번씩은 문자나 톡으로도 온기를 느낀다.


5.

친한 언니랑 아주 짧은 스몰토크를 하는데

내년이면 나이가 한 살 줄어든다고.

우리나라도 이제는 태어나면 일 년을 지나야 한살이-

언니는 올해 서른아홉, 내년에도 서른아홉


6.

붕어빵이 먹고 싶다.

붕어의 특징은 모형틀이 전부인데, 항상 그립다.

겨울만 되면 네 생각이 나.


7.

잠에서 깰 때는 발가락부터 꼼지락 거린다.

몸에서 가장 먼 발가락.

살포시 이불 안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며 뒤척이며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데, 몸의 끝을 깨우며 일어나는 아침은 개운하다.


8.

많은 일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정돈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빠르게 정리하는 방법은 꽤나 간단하다.

다 어지럽힌다. 눈앞에서, 발 앞까지 모두 부어버리거나 넓힌다. 이번에도 순서대로 차근차근 어려운 일들부터, 정리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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