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올리브 일곱 알
공기가 가라앉은 이른 새벽에는 기분도 차분해지는 것 같다. 길었던 하루의 끝에 집에 들어와 몸을 내려놓는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내가 앉아있는 곳에 속도가 시야로 보인다. 보통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는 한다. 내 기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일을 아주 많이 하던 시기에 감정이 높낮이가 휘모는 성향을 가진 상사가 있었다. (비단 누군가에겐 내가 그랬을 수도) 대다수가 그 감정에 의해 뿌리째 흔들렸는데, 그때 스치듯 드는 생각은. 날씨는 사람의 감정을 닮았구나. 였다.
좋거나 안 좋거나 흐리거나 바람이 불거나 하는 것들. 시각적인 것들도 닮았지만 '어쩔 수 없음을'을 꽤나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이전 회사의 누군가나 읽었던 어느 문장에서 보았는데 내게 남아 있는 것이겠지. 싶었다.
일을 또 많이 하던 그보다 어린 시절에 들었던 기억에 남는 다른 하나는. 그렇게 일하는 것 보니 수억을 버나 보구나. 나라를 구하는 중이냐 였다. 사회 초년생이었어서 꽤나 아프게 들렸던 시기고, 저 한마디는 지금까지도 불현듯 떠오른다. 악의 없이 던져진 이 한 두 마디는 찰랑이며 흘러와 내 어딘가에 남았다.
나 역시 악의는 없지만, 한 번씩 아주 아주 조금은 그때의 내가 떠올라 슬프다.
또 다른 일을 많이 하던 시기에 집에 들어와 기억도 없이 쓰러졌던 기억이 있는데, 앞 뒤 기억이 없다.
그 뒤로 퇴사를 선언하고, 몇 달 동안 내 후임자 면접을 보고서는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서른다섯 전 후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떠올렸던 시기. 몸이 아프면 아무 생각도. 못하게 된다.
퇴사를 마음먹은 마지막 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애정 어린 손편지와 선물들이 가방에 들어 있더라. 함께 많은 것을 나누고 준비하고 작지만 이뤄내거나 해내었던 일들.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겨져 있다.
직장생활에서의 가장 처음과 가장 마지막은 사람, 그리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사람들로 하여금 그만두기도, 새로운 연을 맺기도 한다.
처음 다닌 직장의 상사가 나였던 직원을 기다리는데 여러 생각들이 일었다. 오늘은 그 친구가 이직했던 다른 회사의 마지막 출근일. 좋은 일들을 함께 했던 동료들은 아직도 연을 맺으며 함께 삶의 경력을 쌓아간다.
매일을 고군분투하는 우리들.
싱그럽게 자라는 우아한 올리브.
오늘도 마음과 몸을 지키며 부디 잘 자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