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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인시 Nov 09. 2021

[오디오북 리뷰]  『영당할머니』 이광수


내가 절에 온지 며칠 되어서 아침에 나서 거닐다가 이상한 노인 하나를 보았다.




<작품>

작품 : 『영당할머니』, 이광수

장르 : 수필

별점: ★★★★★ 너무나 잘 알려진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몰랐던 작품이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감상했다.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등장인물인 C할머니와 영당할머니의 대화가 너무 우스워서 듣다가 크게 웃기까지 했다. 문학작품을 읽거나 듣다가 이렇게 웃게 되는 경우는 잘 없는데 말이다. 그런데 작품이 익살스럽게 쓰이기도 하였으나 낭독자가 연기를 참 잘한다. 같은 글이라도 책으로 읽었다면 웃었을까 한번 생각하게 됐다. 낭독의 톤이 우렁차기도 하고 내용도 워낙 웃긴지라 자기 전에 들을만한 것은 아니고 단순노동할 때 틀어놓고 하기에 좋다.

아래의 구절에서 원, 극락세계가 그리도 가고싶을까, 하는 부분에서 크게 소리내어 웃고말았다. 그런데 활자로 보니  재미가 살지 않는다.


『세벽 세시면 이 마누라 극락 공부 하노라고 일어나는구려. 나는 잠이 잘 못 드는 병이 있지 않소? 자정도 넘고 새로 한 시나 되어서 가까스로 잠이 들만 하면, 글쎄, 이 마누라가 일어나서 부시대기를 치는구먼. 미리 화로에 놓아 두었던 대야 물로 세수를 한다, 손발을 씻는다, 아 글쎄 쭈끌쭈글한 볼기짝을 내게로 둘러대고 뒷물까지 하지 않겠소? 부스럭부스럭, 절벅절벅, 덜그럭덜그럭 원 잘 수가 있어야지. 내 담에 누워 자던 젊은 마누라도 끙 하고는 이불을 막 쓰고 돌아 눕지 않겠소? 이것이 밤마다 이니 원 옆엣 사람이 견디어 배길 수가 있나? 그러고는 미친 사람 모양으로 무엇에 대고 절을 하노라고 펄럭펄럭 바람을 내지 않나, 그것이 끝나면 염주를 째깍째깍 하면서 염불을 하지 아니하나. 이러기를 한 시간이나 하고 다른 사람들이 일어날 때가 되면 도로 자리에 들어눕는구먼. 극락 세계가, 원, 그렇게까지 가고 싶을까?』



<나레이션>

나레이터 : 셰런네 책방

배경음 및 효과음 : 배경음 없음/효과음 없음

길이 : 21분 38초


1. 나레이션과 작품의 어울림 정도

이 낭독자는 성우나 전문낭독가가 아닐까 싶다.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이 작품은 특히나 이 낭독자와 잘 맞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화자의 성품이나 감정변화(주인공이 두 할머니 사이에서 난감해한다든가 하는 것들)가 넉넉히 살아있어 이야기를 탄탄하게 끌어가며 극중 등장인물인 두 할머니의 익살스럽고 연륜이 느껴지는 대화도 마치 그 둘인 듯한 생생함으로 다가온다. 나에게 이 작품은 특히나 낭독일 때 더 즐겁고 깊게  감상된다.

2. 등장인물 목소리 구별도

생생히 구별된다.

3. 작품을 전하는 낭독 스타일의 생생함의 정도

활자로 쓰여진 것보다 낭독할 때 익살스러움이 더 잘 산다.

4. 낭독 페이스/낭독이 작품감상 경험에 미치는 정도

자기 전보다 단순노동할 때 좋다. 길이도 21분 남짓으로 간단한 집안일을 할 때 좋겠다.




허, 이거 큰일났군 하고 나는 두 분 할머니가 오래 같이 있지 못할 것을 느꼈다. 따는 그럴 게다. 귀머거리 두 마누라가 서로 정이 들 건덕지가 있을 리가 없다 서로 저편에 무엇을 주고 싶은 것이 있고, 무엇을 받고 싶은 것이 있어야 정이 틀 터인데, 그러자면 남녀간이거나, 핏줄이 마주 닿았거나, 뜻이 같거나 해야 할 터인데, 이를테면 해골 바가지 둘이서 무슨 애정을 주고 받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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