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작가 Oct 18. 2021

시든 꽃

-  수천수만 개의 시든 꽃들을 애도하며


저녁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마치고,

억지로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

안양천을 걷다가

알록달록 화려하게 피운 꽃에 눈이 간다



벌도, 새도, 나비도 꽃에 날아든다

그 자태가 너무나 곱다

      

그러다 문득  고개 숙인 시든 꽃에 눈이 간다

안쓰럽다     

안쓰러워 눈물이 난다

슬픈 일이 아닌데-

꽃이 피고 지고

열매를 맺는 마땅한 과정일 뿐인데

가슴 한편이 아리다      

꽃이 져야-

열매가 맺히고 씨앗을 남긴다고

그렇게 배웠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그런데 꽃은 참 서운하겠다

그렇게나 빨리-  

지고 싶지 않았을 텐데...      


누구보다 예뻤었는데

찬란하게 피어났던

한 시절이

그토록 사무치겠다  

화려한 색과 향을 뽐내며  

벌과 나비를 유혹하던 예쁜 꽃-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 거라고

미쳐 알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그 시듦이

퍽 서러운 거라고

열매에게 내어주는 그 시간이

찬란했던 순간만큼이나

아쉬울 거라고.....      


꽃은 아직

시들 준비가 안 되었다고 외치는 듯 하지만... 

날이 너무 차다                            

keywor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