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시작
#청년의 일과 삶
지난 3월 지인의 전화 한통으로 시작한 일을 마무리했다. [지리산권 청년의 일과 삶]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정리한 글을 공유하는 일이었다. 인터뷰어를 만나려고 지리산 자락을 걸치고 있는 다섯지역(남원-함양-산청-하동-구례)을 세바퀴 돌았다. 자기가 정한 삶의 방식이 확고한 분부터 어찌저찌 주변 상황에 흐르듯 살아가는 분까지 여러 삶의 스펙트럼을 조금씩 구경한 시간이었다. 질문 던지기를 마친 지극히도 나의 개인적인 소감은 도시냐 시골이냐는 선택의 문제라는 것, 환경과 공간이 삶에 주는 영향은 분명히 있지만 자신이 삶의 방식을 찾고 만들어가려는 사람이 그 영향을 잘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런 내 소감을 정리하고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시골살이에 관심있는 분들이 참석해주셨고 내 소감을 잘 들어주셨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발표하면서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삶의 방식에 정답이 없다는 것, 조급해지지 말자라고. 시골적인 삶, 도시적인 삶 같은 구분짓기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내가 만족하면 그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책가게 가을 방학
1주년 기념 여행은 결코 아니었다. 올 봄, 친구집에서 여행 이야기를 나누다 '에잇- 못갈 거 뭐 있나, 발리 가자' 하고 항공권을 충동구매해버렸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장사하면서 해외여행을 가는 게 괜히 찔렸지만 그냥 가고 싶었나보다. 여름 휴가는 가지 않는 것으로 마음 속 찔린 마음을 조금 상쇄하고 그렇게, 지난 봄 내가 지른 계획을 10월 둘째주 실행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주 우붓 마을에 머물렀다. 언젠가부터 도장찍 듯 이거 보고 저거 보는 여행은 하지 않는다. 그저 한 동네 머물면서 걷고 먹고 자고를 반복하는 것이 좋아졌다. 우붓에 요가 클래스가 많다고 해서 요가 강습 한번 받은 거 빼고는 정말 쉬고 수영하고 먹고 자고의 순환여행. 누군가 거기 가서 뭐했어 라고 물어보면 정말 할 말 없는 그런 여행이지만 나는 좋았다. 그리고 다시는 에어아시아를 3시간 이상 타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직각 의자는 정말 너무한 거 아닙니까 ㅠㅠ)
#책가게 첫전시 & 원데이클래스
발리에서 돌아온 날 바로 전시를 준비했다. 올 여름 지금은 살지 않지만 한 때 남원에 살면서 구도심 골목과 집 풍경을 사진으로 담은 분이 책가게에서 전시를 하고 싶다며 가능하냐는 연락을 준 것이 전시를 연 계기였다. 책가게 안쪽 공간을 활용하고 싶었는데 마침 재밌겠다 싶었고 일정을 조율했다. 사진을 담을 가구나, 소품은 전국에서 활동하는 업사이클링 작가님이 함께 했다. 이미 두 분은 함께 통영에서 전시한 적이 있어서 사전 미팅이나 기획은 큰 논의사항은 없었고 전시 기간, 공간 배치 등 설치 준비와 원데이 클래스를 어떻게 할 지 이야기를 나눴다. 전시 설치도 빨리 끝났고. 하지만 장기간 비행에서 돌아오자 마자 전시 설치에 이래저리 신경을 써서 그런가 다음날 입가에 포진이 촤라락 (ㅠㅠ) 아무튼 가을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날인 10월 16일-11월 30일까지 전시 [오래된미래] 시시시이작!
#덜소비하고더존재하라
이번달 독서모임은 책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였다. 독서모임 초반부터 읽을 책 리스트에 있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읽게 되었다. 에코페미니즘을 다룬 이 책이 나올 때부터 궁금하긴 했지만 선뜻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이야기가 비슷한, 그것도 여럿이 적은 글은 읽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강하게 옳다고 믿는 그들의 이야기에 물론 동의는 하지만 나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는 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마치 그 옳음을 모르거나 행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기분이 들어 애써 피했던 것 같다. 아무튼 옳고 그름으로 재단하고, 옳은 걸 행하라 나쁜 건 안돼! 라고 세상살이가 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살면서 구구절절히 느끼고 있기에 더 피하고 싶은 걸 수도... 나는 옳음 보다 좋음, 재미에 더 끌리는 사람이니까. 그 재미와 좋음이 옳으면 감사할따름이고. 아무튼 이 책은 개인적으로 읽기 힘들었지만, 나의 삶의 방향에 보기를 주는 책임은 분명하다. 정답이 아닌 보기를 얻는다 생각하니 남은 책 읽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단체(?)방문
책가게 인스타그램으로 메시지가 왔다. 서울의 한 대안학교에서 책가게를 방문하여 내가 남원에 내려온 이야기, 이곳에서 활동하는 모임 등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메시지였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요청이 오면 나에게 좋은 경험이라고 재밌게 생각하면서도 뭐랄까 마음 안에서 몽글몽글 부끄부끄 어색어색함을 느끼곤 한다. 아무튼 선생님과 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기 보다 내가 일방적으로 (어쩔 수 없이) 말했다. 학생들이 어떻게 느낄지는 뭐- 나의 영역 밖이니까 깊이 생각하지 말아야지 -_- (이야기 선물로 주신 텀블러 잘 쓸게욧. 고맙습니다.)
#연기배우기
남원에 연기학원이 생겼다며 같이 배워보자는 지인의 말에 '어머낫! 연기라니, 재밌을 것 같아'라는 직감으로 덜컥 수업을 받았다. 남원이 고향인 연기 선생님은 여러 지역 대학에서 연기를 가르치다가 고향에 연기학원을 내보고 싶었단다. 오호 - 이 덕분에 내가 연기라는 걸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아무튼 올해 나는 한국무용도 춰보고, 연기도 배워보고, 수시로 영화보고 책 모임하는 등 엄청난 문화를 누리는 기분이 든다. 하하핫
생각해보면 지역에서 문화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 실제로는 문화생활를 수시로 하지 않는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 주변에 무슨 문화가 있는지 잘 모르고 알아보려고 하지 않지만 그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볼 거리가 없다고, 고로 문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는 동네가 지루하다는 느낌도 마찬가지일테고. 문화생활이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꼭 해외여행을 가고, 영화를 보고 그림을 보고, 무언가를 배우고, 책을 읽고 사람들과 하하호호 얘기하며 네트워크를 쌓는 것만이 문화생활은 아닐 터다. 매일 같이 차를 운전하는 생활을 해도 주변 경관을 다르게 느낀다면, 티비를 장시간 봐도 시간을 때우는 느낌이 아니라면 일종의 그것도 문화생활을 하는 셈일텐데 - 흠... 문화생활이란 무엇일까.
#알아가는벼룩시장
10월 마지막주 일요일 책가게에서 벼룩시장을 열었다. 책가게 쉬는 날 열고 싶진 않았지만 참여하는 사람의 일정상 일요일에 맞췄다. 벼룩시장 당일이 되었고 한산한 일요일 거리일 줄 알았더니 책가게 홍보글을 보고 여기저기서 찾아주셨다. 책가게 내 모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른 날이 아닐까 싶다. 셀러들과도 재밌게 놀았고.
저녁이 되어 정리하고 텅 - 빈 책가게를 바라보다가 모임을 준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어떤 기획을 하고, 일정을 픽스하고 참여자를 모집하고 SNS에 게시하고 공간을 재배치하고 다과를 챙기는 일을 하고 중간마다 상황을 공유하기까지 - 모임을 여는 일을 많이 해왔지만, 하면 할수록 후루룩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싶다. 모임마다 참여하는 사람, 날씨 그리고 모임 주최자의 컨디션 등 변수가 항상 있다. 물론 변수에 대처하는 임기응변은 어느 정도 기른 것 같긴 하지만. 모임을 통해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또 나는 무엇을 얻어갈 수 있는지 항상 잘 모르겠다. 책가게에서 괜찮은 모임을 만드는 동력, 어떻게 잘 만들 수 있을까? 앞으로 계속 만들 수 있을까?
#캣맘 동지
9월이었나 10월이었나 -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책가게 마칠 시간즘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분이 들어와서 책가게 길냥이 급식소에 대해 물었다. 여차저차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 분도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고 있고, 집 마당에 찾아오는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는 캣맘이셨다. 책가게를 틈틈히 지나가다가 책가게 길냥이 급식소를 보고는 책방이 궁금하기도 하고, 길냥이들도 궁금해서 오게 되었다고 하셨다. 길냥이 급식소에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시다니! 무려 고급 간식인 캔도 주셨다. 감사하다! 아무튼 알게 모르게 길냥이 급식소를 좋게 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확인하니 마음이 놓인다. (알게 모르게 안 좋게 보는 분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아무튼 더위가 가니 길냥이들이 사료를 많이 먹는다. 바닥이 보이는 15키로 사료봉지를 새로 주문하니 10월이 끝났다.
#10월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