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가는 책가게를 열고나서_13

1년을 채웠다

by 조아라

#영업시간이란 무엇인가-

책가게 주요 홍보 SNS는 인스타그램이다. 수시로 타임라인을 들여다본다. 다른 책방에서는 어떤 책을 입고하고 어떤 만남이 있는지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배우기도 한다. 관심있는 출판사도 팔로우하고 카페, 식당, 작업실, 사람 등 개인(들)이 꾸미는 공간 이야기를 발견하면 팔로우하고 있다. 그렇게 타임라인을 훅훅 밀어 보다가 어느 식당의 글에 멈췄다. 주인장이 몸이 아파 예기치않게 금일 영업은 쉬어간다는 게시글에 댓글이 많이 달렸다. 무슨 일인고 보니, 마침 가려고 했던 손님이 당일 갑작스런 공지에 속상한 마음을 조금 과한 언어로 댓글을 남겼고, 그 댓글에 기분이 상한 주인장이 댓글을 또 남기면서 싸움이 붙은 것이다. 이 싸움에 또 어떤 분은 손님 편을 들고, 또 어떤 분은 주인장을 이해한다는 글을 남기면서 댓글이 난리가 난 것이다. 그 글들을 쭉 보는데 마음이 참 복잡했다. 1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잘되고 안되고를 떠나 얼마나 힘들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 그 식당을 가기 위해 인스타 계정 확인해가며 약속 잡은 손님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자영업자만 힘든 게 아니고, 직장인도 힘들고, 취준생도 서로 힘든 마당에 누가 더 힘드니까 이해해달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리 내 돈 주고 서비스와 식사를 제공받지만 그것을 준비하고 내놓는 노동을 내 돈보다 낮추는 것도 안될 일이고... 이 댓글창을 유심히 보며 '같이 잘 살자'는 말이 얼마나 요원하고 힘든 말인지 다시금 가슴에 박혔다.


#국제롤러스케이트대회

책가게와 집을 오가며 본 현수막 존에서 신기한 스포츠 대회가 눈에 띄었다. 국제롤러스케이트대회가 남원에 열린다는 것이다. 인라인, 피겨, 릴레이 롤러스케이팅, 스케이드보드까지- 오! 멋진 스케이트보드 플레잉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남원시청 사이트를 들어가봤다. 포스터만 게재했을 뿐 자세한 경기 일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검색에 검색으로 일정을 알 수 있었다. 스케이트 보드 경기를 보러 갔지만 그날 아침에 온 비로 보드판이 물에 젖어서 그런가 정해진 시간에 경기는 열리지 않았다. 지연된다, 안한다 안내방송 하나 없었다. 보드는 못 봤지만 다른 경기라도 보러 간 체육관에는 관객석이 매우 썰렁했다. 원래 참여자끼리 하는 경기인가 싶을 정도였다. 피겨 롤러스케이트 생소했지만 재밌었는데... 관객의 입장에서 여러모로 아쉬운 대회였다. 소도시에 열리는 이런 신기한 국제 행사를 재밌게 홍보할 수도 있을테고, 자세한 일정표를 넣어 시청 사이트에 유입자도 늘릴 수 있을텐데... 인기 없는 마이너나 하위문화 대회라도 진행은 프로다운 것이 그 사회를 보다 수준 있게 만들어주는 것일텐데 말이다.

IMG_6989.jpg


#구도심탐방

공공디자인 공부모임에서 구,남원역을 출발해 동충동과 하정동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래된 골목과 건물의 역사를 수집하고 있는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걸었다. 그 때 그 시절을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걸음걸이는 언제나 재밌다. 특별하고 탁월한 이야기는 아니나 아담하고 재밌는 이야기는 어느 동네나 있으니 그런 이야기를 활용하면서 공간의 예쁨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작게 작게 걸으며 이곳저곳 볼 수 있는 풍경들이 늘어나면 동네 문화, 심미안 등이 높아질 것 같은데 말이다. 소도시나 시골일수록 대도시의 높은 스카이라인을 따라해서는 정말 재미도 없도 뭐도 없다. 대도시의 문화를 따라하는 것도 마찬가지. 쇼미더머니가 뜬다고 광한루원에서 소리벗고 팬티질러 라고 하는 건 너무 투머치 기획일테니까. (-_- 아악) 그렇다고 ㅇㅇ만의 것을 구태여 개발하는 것도 억지스럽다. 지역의 이야기를 파고드는 사람에게 컨텐츠를 기획할 기회를 수시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도보 여행의 재미도 만들어보면 좋겠는데... 그리고 제발, 연 00만 관광객 유치 따위에 슬로건을 현수막에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IMG_7067.jpg
IMG_7070.jpg
IMG_7073.jpg
IMG_7081.jpg
IMG_7083.jpg 전차대 이건 정말 안 없애면 좋으련만...
IMG_7110.jpg
IMG_7117.jpg
IMG_7133.jpg
IMG_7144.jpg


#구례여행

쉬는 일요일, 룸메이트와 구례 여행을 다녀왔다. 입소문으로 들은 카페 무우루를 가볼 목적이었다. 정말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든 시골 마을에 카페는 있었고, 아담하지만 강단있게 리모델링한 한옥과 마당이 주변 경관이랑 너무도 잘 어울렸다. 커피와 케잌도 엄지척! 나와 룸메이트가 갈 때는 한적한 공간이 순천, 창원, 전주 등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 찼고 어느 순간부터는 웨이팅까지 - 사람을 끌어들이는 공간의 힘, 뭘까? 기다리는 사람을 보니 더 있을 수 없어 룸메와 서둘러 나왔다. 구례 읍내로 나가려다가 사성암 표지판이 보여 아무 정보 없이 언덕 도로를 달렸다. 그 곳에서는 보는 구례와 지리산 자락은 또 엄지척! 이래서 구례, 구례 하는 건가 하핫. 마음을 비우고 사진첩을 채운 좋은 여행이었다 ^^

IMG_7025.jpg
IMG_7033.jpg
IMG_7034.jpg
IMG_7044.jpg
IMG_7048.jpg


#작은책방x작은출판사

직거래하는 출판사가 몇 안되는데 그 중 생태전문 출판사인 목수책방에서 작은 책방들과 이벤트를 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목수책방에서 나온 책 한권을 포함해 책 2권을 책방에서 사면 작은 천가방을 주는 이벤트였다. 감사하게 수락했고 홍보도 하고 책가게에 잘 보이는 곳에 안내문도 붙였다. 몇년 전부터 이런 작은 책방과 작은 출판사와의 콜라보가 여기저기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작고 또 작은 체로 서로가 있는 것 같은 건 내 느낌일 뿐이겠지? 콜라보(X)가 진짜 곱셈이 되어 주면 좋으련만, 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동물들의 인간심판 & 이상한 정상가족

이번달 독서모임은 두 번이었다. 먼저, 책 '동물들의 인간심판'은 철저하게 동물의 입장에서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인간이 쓴) 묘사가 재밌었다. 내가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게 된 계기는 지극히 나를 위해서 줬는데 앞으로는 길냥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밥을 주리라. 고기도 좀 덜 먹고.. 흠흠. 다음, 책 '이상한 정상가족' 은 나에게 생각의 전환점을 찍어줬다. 절대 체벌은 용인되서는 안되는, 동물도 어린이고 생명이 다른 생명에게 폭력을 행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자 마음 먹었다.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데 인격체로 대하는 연습을 할 것, 내가 생각하는 정상의 범위를 더 넓혀보자 마음 먹었다.

독서모임을 하다 보면 책은 철저하게 수단이 될 때가 있다. 각자 어떤 상황에서 책을 읽느냐에 따라 책 이야기가 좁아졌다가 넓어졌다 한다. 다른 걸 생각하려면,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려면 개인이 생각할 시간의 여유가 절대적 조건이라는 걸 모임하면서 더 견고히 느끼고 있다.

IMG_6951.jpg
IMG_6994.jpg
IMG_6960.jpg
책가게 동네 길냥이, 집 동네 길냥이
IMG_6979.jpg
IMG_7388.jpg


#부서진 사각 박스

9월 어느날, 주차 금지용으로 세워둔 사각나무 틀이 부서져 있었다. 목격자의 말로는 어떤 차가 세게 들이박고는 그냥 가버렸다고 한다. (그 분의 재수가 한동안 없기를 비나이다 - 비나이다 -) 아무튼 주차가 문제다. 가게 근처에 주차장만 4곳이나 있다. 5분 걷기가 그리도 귀찮을까. 운전자 자신이 가는 목적지 바로 코 앞에 대려는 본능을 좀 참아주면 좋겠다. 아무리 시골로 갈수록 길이 한가하다고 해도 깜박이 안 켜고 주차 아무데나 하는 건 고쳐져야 한다. 장애가 있고, 택배 등 특정한 용건이 아니면 말이다. 차 없는 거리가 되어아 골목길의 낭만이 커질텐데... 유럽 여행가서 예쁘다, 예쁘다 감탄할 수 있는 것은 그 길에 차가 없어서라는 기본 조건이 있는 걸 왜 모르시나요- 그 길에 조금이라도 주차하려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되는 걸 왜 모르시나요 - 차 보다 사람이라는 걸 왜 모르시나요 - 아무튼 이 부서진 판대기들은 내가 어떻게든 되살리고 말리라! 아아 - 아아악!

KakaoTalk_20181019_151748864.jpg


#그나저나 1년을 채우다니

적어도 2년은 채워야하는 계약기간이니 어떻게든 버티리라 마음 먹은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이럴수가 벌써 1년! 을 실감하는 게 무섭고 기쁘다. 수익 없이 버틴 게 무슨 자랑이라고 그 1년을 축하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1년 무사히 보낸 것을 기념하고 싶은 양가적인 마음이 내 안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뱃지를 만들었다. 뱃지를 제작하면서 내가 이걸 만들 자격(?)이 있나를 고민했지만, 그냥 만들어보고 싶은 걸로 생각을 퉁쳤다. 하핫. 책가게 가구 배치도 바꿨다. 배치를 이리저리 바꾸는 건 공간을 공부하는 데 더할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다.

IMG_6975.jpg

여러 단골 손님으로부터 축하의 인사도 받았는데 오우, 몸둘바를 모르겠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된다는 건 기쁘다기 보다 다행인 일이다. 감사한 일이고, 보람을 주고 받는 일이다. 앞으로 1년을 또 어떻게 보내나 생각하면 막막해지고 희망차기도, 무섭기도 하지만 지난 1년이 앞으로 1년이 되어줄 것일테다. 새로운 일의 세계, 공간의 세계에서 1년 전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하루에 책 한권 안 팔리는 날이 있으니 앞으로 1년이 더 나아질 거라고 장담하지 말자. 대신 조급해지지 않는 연습은 계속 해야겠다. 책가게 1년을 보내면서 나는 알고 있었고, 알아가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재밌고, 힘들고, 뿌듯한 1년을 보냈고 앞으로 1년 역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에서 만족하지 않는 이것저것을 하면서 보내야겠다.


#9월의 하늘

IMG_6918.jpg
IMG_6967.jpg
IMG_7003.jpg
IMG_716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