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 이공일팔
#청년지역살이 컨퍼런스
12월의 첫날 책가게를 닫고 서울을 다녀왔다. 청년지역살이 컨퍼런스 [돈과 일 : 지역청년들의 일거리, 일삼기, 일자리] 라는 나다운 삶, 나다운 지역살이에 무엇이 필요할까 라는 질문에 여러가지 보기 중 하나로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10여년 살았던 서울을 정리하고 연고없는 남원으로 이주해 할 일을 만들면서 산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할 일은 있을 거라 생각했고, 적어도 굶어죽진 않을 거라는 내 안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애쓴 1년이 지난 셈이다. 다행이 돈을 버는 일과 돈을 쓰는 일이 섞여 있어서 예상보다 돈을 많이 까먹진 않았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왜 남원으로 갔는지, 마냥 낭만적인 생각으로 가진 않았다는 것, 생계적인 불안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한번 경험해볼만 하다는 것, 삶의 방식은 한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알아가고 싶은 분들이 가면 좋겠다는 것, 도시의 삶, 시골의 삶을 구분짓는 것보다 내가 어떤 지역에서 어떻게 변하는 것을 보는 것이 내겐 더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 짧은 시간 안에 말했다.
이런 내 말이 자신이 살고 싶은 방식을 만들고 싶은 몇몇 분께는 도움이 되었기를... ^^;; 그저 나였기에 하고 싶었고 했던 것을 '괜찮으니까 여러분 해보세요' 라고 말하는 게 자칫 판단을 더 흔들리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번 발표에서는 말해야할 것 보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무엇인지, 그 말을 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 때 만난 분이 후에 책가게로 놀러오셔서 반가웠고 신기했다.
#사고 싶은 그림
올해 예술문화모임 '오랑오랑' 활동을 함께 한 멤버가 빈집에서 전시 [연속적으로 움직이기]를 열었다. 사물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게 취미이자 일(?)인 걸 알기에 그림과 애니메이션이 더 눈에 잘 들어왔다. 그리고 공간과 공간에 들어오는 햇살과도 잘 어울렸다. 예술가의 시선이 닿는 사물이 다시 예술이 되는 과정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정도로 멋진 작품들이었다. 그 중에는 내 인생 처음으로 소장하고 싶은 그림을 만나는 기쁘고도 고통스러운 순간을 만났다. (로또가 되면 사리라! ) 그림을 사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는데 사고 싶은 그림이 생기니 그림 역시 돈을 모아서 사는 무엇이구나 하고 생각이 바뀔 수 있었다.
#수요공급회
12월 연말모임을 후다닥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 모임은 내가 필요해서 만들었다. 내가 올해 돈을 얼마나 벌었고 썼는지를 알아보고 2019년 예산을 짜볼 수 있는 시간을 모임을 통해 가져보고자 12월 수요일 저녁마다 모이는 [수요공급회]를 열었다. 백지에 적는 게 아니라 좋은 참고서가 마침 4권이 있어서 총 4명을 모집했고 직장인 4분이 신청했다. 매주 한숨 소리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카드 내역서 보고 많이 썼구나, 내년엔 아껴야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본 시간이었다. 내가 어디에 돈을 썼는지는 의외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는 지표가 된다. 수다도 떨고 가볍게 던진 말이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나름 잘 살았다는 숫자로 확인한 시간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ㅎㅎ) 좋은 참고서가 되준 적정소비노트 저자이자 지인인 미정 코치님이 마지막 모임 때 맞춰 남원으로 놀러와주셔서 모임을 더욱 뿌듯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수요공급회 모임을 통해서도 느꼈지만 모임을 만드는 동기는 모임 주최자의 니즈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 남을 위한 모임 보다 내가 참여하고 싶은 모임을 만드는 것이 모임 기획자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풋살모임
12월에 접어들어 날씨는 더 추워졌지만 실외 풋살장에서 풋살모임은 계속되고 있다. 눈이 와도 눈사람을 만들지언정 풋살장에 가는 열정까지! >,.< 개인 사정상 못 나오는 사람들은 가끔 있어도 다들 풋살을 굉장히 재밌어한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하면 할수록 실력도 늘고 있고! 꺄오! 풋살하는 일요일이 삶의 활력소라고도 하고, 이렇게 오래 운동을 꾸준히 나와 본 적이 처음이라고 한 분도 있는 등 운동 그 자체의 재미, 팀플레이 운동의 힘, 운동 후 뿌듯한 하루를 보냈다는 만족감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같이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그나저나 운동 후 점심을 어디서 먹을지가 큰 고민인데 식당 리스트라도 만들어야할까 -0-
#독서모임
이번달 독서모임 책은 '시스터 아웃사이더'였다. 무척이나 읽기 힘든 책이었다. 내용이 이해 안되거나, 번역이 안 좋거나 하는 읽기 어려움이 아니라 뭐랄까, 공감하기가 매우 힘든 책이었다. 격동의 60-70년대 흑인으로, 페미니스트로, 레즈비언으로 다방면에 인권운동을 펼치고 문학, 특히 시를 사랑한 저자 오드리로드의 에너지와 분노의 레이어를 감히 상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이 아닌 저자가 살았던 나라, 미국에서 살았다면 덜 힘들게 읽었을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내 자신이 큰 사람이 아니구나 하는 걸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서, 마주하기 싫은 조금은 감추고 싶은 나의 모습을 알게 되는 것 같아서 읽기 힘든 건 아니었을까? 하지만
당신의침묵은당신을지켜주지않는다
주인의도구로는결코주인의집을무너뜨릴수없다
부끄러움과 용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이 두 명문이 머리와 가슴에 강력하게 남는다.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다시 읽어보고 싶다.
12월 이 책을 끝으로 올해 독서모임도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붉은 선/일하지 않을 권리/어떻게 죽을 것인가/랩걸/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개인주의자선언/동물들의인간심판/이상한정상가족/덜소비하고더존재하라/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말이 칼이 될 때/시스터 아웃사이더
와우! 돌아보니 엄청난 책들을 읽었다.
내년에도 계속할 예정인데 리뷰 글을 짧게나마 꼭 적어보리라 다짐한다!!
#크리스마스 트리
연말연시를 맞이하여(야) 양철판에 시즈닝 장식을 했다. 특별하라고 만든 날을 챙기는 걸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인 성향이 고스란히 책가게 운영에서도 나오지만 그래도 연말연시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은 그냥 넘기면 안될 것 같다. 갈 해와 올 해가 디졸브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아무튼 참고하고 싶은 디자인을 인스타, 핀터레스트, 잡지등을 통해 보고 공간을 보고 내가 갖고 있는 재료들을 보고 대략 구상을 잡았다. 크리스마스 전까지만 완성하자는 아주 느슨한 데드라인을 두고 악상(!)이 떠오를 때마다 하나씩 붙이고, 걸고 그려보았다. 그렇게 해서 짜잔 -
만족스럽군.
#12월의 하늘
전 직장에서 인턴으로 한달 가량 함께 일했던 대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가 남원에서 책가게를 한다고 하니 책가게 놀러가도 되겠냐는 반갑고도 고마운 연락. 내일로 여행 중에 들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와 함께 일했던 기억을 좋은 추억으로 생각해주니 참 고맙다. 그 친구의 진로고민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다. 나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 하지만 모든 선택은 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그럼 그렇고 말고 -
2018년도 무사히 - 나와 책가게를 신경써주는 분들 덕분에 정말 무사히 보냈다. 그나저나 2019년은 돈을 좀 벌어야할텐데... 헛헛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