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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Jun 10. 2022

영화

치열했던 내 삶의 소중한 친구

오래전에 외국에서 몇 년 산적이 있다. 친한 사람들이 곁에 있었지만 항상 함께 일수는 없었다. 타지에서 사는 외로움을 달래기에는 항상 어떤 식으로든 많이 부족했다. 외국에서 사는 건 늘 이방인이었다. 외국에서는 당연히 이방인이었으며, 한국에서도 곧 떠날 사람이기에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다.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는 그 마음을 기댈 곳이 정말 없었다. 그래서 난 그 마음을 영화를 보면서 달랬다.

영화 속에서는 다양한 삶이 존재하였다. 나보다 더한 이방인의 삶도 있었고 나보다 더한 외로움 속에 놓여있는 삶도 있었으며, 나보다 더 극한의 삶 속에 사는 삶도 있기에 영화를 보면서 오늘 하루도 이 정도면 괜찮아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특히 처절한 외로움에 헤어 나오지 못하거 집 밖에도 나가지 않더 그 시절 나에게 영화밖에 없었다. 3~4달 동안 거의 집 밖에 나가지 않으면서 영화를 200편 정도 봤다. 하루에 10편 이상 본 날도 었다. 잠도 안 자고 영화만 본 것이다. 잠도 이루지 못하던 그 시절 영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 게 된다.


난 드라마보다 영화가 좋았다. 드라마는 내 기준에 조금 어정쩡했다. 영화는 매우 현실적이거나 매우 환상적이다. 그래서 정말 좋았다. 현실적인 영화에서는 나의 현실을 위로받았고 환상적인 영화에서는 나의 현실을 잊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렇게 영화를 보면서 난 그 힘든 시기를 웃고 울고를 빈복하면서 치열하게 보냈다. 그런 고마운 영화를 한동안 잊고 살았다.


한동안 사는 것에 치여 가벼운 흥행 영화들만 중심으로 몇 개 보고 그동안 영화가 주던 감동을 잊고 살았다.  

다시 천천히 그 속에 들어가 보려고 한다. 천천히 조금은 천천히. 예전의 사무치는 외로움을 지금을 경험하고 있지 않기에 다 느끼지 못할 감정들이지만 지금 본다면 다시 느껴질 감정들을 기대하며 영화와 다시 친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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