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 정리하고 방황하며 느낀 것들, 요즘의 단상들.
생존이 가능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그 무엇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정을 나누는 것들이 무력하게 느껴진다. 불안도를 함께 낮추거나 유대감을 나누거나 함께 재미를 느끼거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생존은 모든 것의 필수불가결한 토대가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현대 사회에서 실질적인 생존을 위협받을 일이 거의 없다보니 이런 것들을 잘 몰랐던 것도 같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초기 팀을 하고, 또 다른 초기 팀에 들어가서 생존의 위협을 경험하면서 최근의 2-3년 동안 생존이 없이는 낭만도 감정도 이상주의도 없다는 것을 뼈져리게 깨닫고 있다.
생존과 성장은 사실 비슷한 말이다. 모든 유기체는 성장한다. (=나아간다) 변화하지 않고 나아가지 않는 것은 곧 죽음과도 같다. 현상유지라는 개념이 잘 없다, 모든 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하니까. 유기체의 성격을 띈 많은 것들이 그렇다. 생명체도, 사람도, 사업도, 조직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나라는 사람에게는 감정의 공유라는 것이 너무 중요한 것 같다. 생존이 위협을 받는 순간에서도 나는 감정을 공유하길 원한다. 두렵다면 두렵다고라도 공유하길 바란다. 그런 사람인가보다. 예전에 지인이 나에게 생존보다 중요한 게 있으시군요. 라고 했던 게 떠오른다. 죽어가면서도 나는 두려워!!!!! 라고 하면서 죽고 싶어.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팀으로도 과정이 재미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예전에 함께 했던 공동 창업자도 나에게 너랑 함께하면 결과도 성공도 뭐도 모르겠고, 과정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함께 했다고 말했다. 과정이 재미있고 싶은 이유는 다른 의미로 생존과 연결되는데,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 언제까지나 살아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더 유한한 삶 속에 있다. 어떤 성공에 도달할때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니까… 과정이 즐겁고 싶었다.
과정이 즐겁다는 것은 무엇일까? 꼭 성공만 줄지어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그저 어떤 상황이든 함께 손을 잡고, 감정을 공유하면서, 돌파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과정의 즐거움은 그러하다.
다시 돌아와서, 그런데 과정이 즐겁기가 어쩌면 성과보다 도달하기 어려운 것 같다. 과정이 즐겁기 위해서, 생존에 대한 탁월한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더 쉽게 말하면 나의 과정과 훗날 내가 함께할 사람들의 과정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생존의 토대를 깔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나는 요즘 이런 것들을 느낀다. 그리고 그래서 요즘에 정말 탁월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