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PT 리포트 #5

무던한 걸까, 무감각한 걸까?

by 청한


지금 당신의 몸 전체를
마음속으로 천천히 쭉 훑어보세요.

어떤 감각이 가장 뚜렷하게 감지되나요?


이 질문을 던지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답하곤 한다.


“글쎄요, 뭐… 평범한데요?”

“딱히 아픈 데는 없어요.”

“잘 모르겠어요. 괜찮은 것 같아요.”

“속이 별로 안 좋아요.”


몸의 감각을 묻는 질문에 ‘통증 여부’를 떠올리거나 감각이 아닌 ‘느낌’에 대해 대답하는 경우가 다반수다. 이건 감각 인지와 마음이 엉켜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많은 분들이 “난 원래 감정 기복이 크지 않아”, “나는 무던한 편이야”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는 것일 수 있다. 스스로를 무던한 타입이라고 착각하는 경우, 대개 오감 자극에 대해 예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막상 함께 대화를 나눠보면 맛이나 냄새에 민감하여 음식을 고를 때 신중한 편이고, 소리나 빛에 민감해 잘 때 안대와 이어 플러그가 필수인 사람도 있다. 또 평상시에는 늘 무던한데도 불구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일상에서 잦은 불안함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다.


왜 이런 모순적 인지가 일어나는 것일까?


살아오면서 우리는 수없이 마음을 억눌렀고, 솔직히 표현할 기회를 놓치곤 했다. 그렇게 점차 ‘조용한 척’을 하게 되었으며, ‘괜찮은 척하는 상태’에 익숙해졌을 수도 있다. 또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선 상태와 기민한 알아차림의 상태는 분명히 다르다. 오감 자극에 대해 민감하지 않다는 건 ‘알아차림(sati)’의 힘이 약하다는 뜻이다.




마음PT 참여자들은 대부분 감각 인지에 익숙하지 않다. 세션을 진행하다 보면, 몸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을 지속하는 게 낯선 경험일 수 있다는 걸 자주 발견한다. 참여자들은 일반적으로 뚜렷한 통증은 불쾌함, 선호하는 자극은 흔쾌함으로 인지한다. 대부분 불쾌함과 흔쾌함을 감각이라고 오인하는데, 이것은 ‘느낌’이다.


마음 작용에서 ‘느낌’은 쾌/불쾌/무덤덤 3가지의 분류체계만 있다. 반면에 감각은 5가지 감각 기관을 통해 매우 다양하게 감지될 수 있다. 다만 감각을 파악하려 해도 이미 느낌의 영역으로 빠르게 휩쓸렸기 때문에 어떤 감각인지 명확히 포착하기 어렵게 된다. 뭉퉁그려 아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자꾸만 뭉퉁그려 알게 되면 마음은 점차 혼란해진다.


마음PT에서는 ‘무던한 함정’ 속에 숨은 감각을 조심스럽게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불편함을 일으키던 깊은 정서나, 표현되지 못했던 감정의 흔적들은 모두 몸에 기록되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신체화 전환 장애’라고 부른다. 무언가에 얻어맞은 게 아닌데도 통증이 심하거나, 막상 병원 검진을 받으면 정상인데도 일상에서는 잦은 불편함을 동반하는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마음이 기민함을 잃은 상태에서 상당히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일이다.


감각에 관심을 기울이는 과정은 동시에 자신의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같다. 따라서 낯설고, 때로는 과거의 아픔을 소환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치유를 위해서는 상처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주의할 것은 판단의 잣대를 들고 들쑤시듯 보는 게 아니라 그저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다.




감각은 실재다. 생각, 느낌, 감정 등도 모두 실재다. 다만 각각의 요소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뒤섞어 알게 되면 마음은 점점 날카로움을 잃는다. ‘조용한 척, 괜찮은 척’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처음에는 잘 감지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이면 분명한 실재가 그곳에 있다. 자신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느낌의 레이어를 걷어내야만 한다. 감각을 단지 둔중한 통증으로만 보거나, 좋고 싫은 정도로 판단하지 않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신중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간질간질해요.“

“묵직하네요.”

“찌릿하고 이따금씩 콕콕 쑤셔요.”

“방금까지 조였는데, 자잘하게 진동하며 강도가 약해져요.”

“시원하다가 따뜻하다가를 반복해요.”

“불규칙적으로 둥둥 울려요.”


감각을 제대로 인지하기 시작하면 비로소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뚜렷하게 감지된다. 입맛이 없어 식사를 못 하던 사람이 기운을 차리면 점차 음식의 맛을 음미할 수 있게 되듯이, 마찬가지로 마음도 활력이 생기면 점차 세밀한 감각을 포착할 수 있다.


마음PT는 참여자의 속도와 리듬에 맞추어 감각에 오롯이 관심을 기울이는 작업부터 함께 해나간다. 눈, 귀, 코, 혀, 피부. 5가지 감각 기관에서 감지할 수 있는 모든 감각 정보를 놓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 올바른 알아차림의 시작이다. 손끝의 온기, 의자에 눌린 엉덩이의 감각, 옷감이 피부에 닿는 부드러움 등 사소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신호들에 조용히 주의를 기울인다. 이 작은 관심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마음의 힘은 점차 자라나 기민한 센서를 갖추게 된다. 이 힘은 고통을 동반하지 않는 순수한 알아차림이며, 마치 호수 위에 뜬 우아한 백조처럼 에너지로 이루어진 세상을 자유롭게 유영하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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