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PT 리포트 #7

자기 확신에서 피어나는 지혜

by 청한


고통의 본질을 직면하는 힘은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다.


명상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 알아차림의 힘은 ‘삿다(saddhā, 믿음)’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서 말하는 믿음은 절대자를 믿고 의지하는 종교적 신앙심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 경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태도를 뜻한다.



• 팔리어: saddhā ‘믿음, 신뢰, 확신’
• 산스크리트어: śraddhā 어근 śrad (마음, 성심) + dhā (놓다, 두다)
“마음을 두다, 전심을 기울이다”


언어적으로도 삿다는 “마음을 두다, 전심을 기울이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자기 내면의 경험을 신뢰하는 확신의 태도이다.


불교 수행에서 언급되는 ‘빤냐(paṇñā, 지혜)’는 인지적 현명함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통찰하는 마음의 힘을 말한다. 그런데 이 지혜가 작동하려면 반드시 삿다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의심의 언어


마음PT에 참여자들은 자신의 내면 경험을 나누기 전에 꼭 이런 말을 덧붙이곤 한다.


“제가 느낀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상상일 수도 있는데요…”
“제가 잘못 이해한 걸 수도 있지만…”


이 말들 속에는 자신의 경험을 신뢰하지 못하는 불안과 두려움이 숨어 있다. 혹시 틀린 말을 하지 않을까,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서는 것이다.



비유하면 이렇다.


어두운 숲길을 걷다 눈앞에 무언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본다. 순간 깜짝 놀라 멈춰 서지만, 이미 너무 빨리 지나가 확인할 길이 없다. 분명 경험은 있었지만, 명확한 결과물 없이 짐작만 남아 어리둥절하다. 이내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한다. “아마 잘못 본 걸 거야. 별일 아닐 거야.”라며 현상을 파고들기보다 적당히 마무리하는 선택적 수용을 시도한다.


우리 내면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생각, 느낌, 감정, 심상화 등은 찰나적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납득 가능한 형태로 변형해 수용하거나 무시해 버린다. 결국 내면 경험에 대한 신뢰가 점차 약해지고 알아차림의 힘이 사그라든다. 이윽고 창틀에 쌓인 먼지처럼 고통은 더욱 분명하게 자태를 드러낸다.




“내가 느낀 경험은 이렇다.”
딱 거기까지.


마음PT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조금 바꿔보려 한다. 자신의 내면 경험에 대해 잘했다, 잘못했다 평가하지 않는다. 조금 낯설거나 납득이 어렵더라도 우선 있는 그대로 두어보는 연습이다.


삿다는 특별한 확신이나 대단히 강렬한 믿음이 아니다. 단지 자기 경험에 여유를 허락하는 작은 시도다. 지금 내 안에서 일어난 감각과 생각, 느낌을 억누르거나 무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둘 줄 아는 배포를 키우는 것이다.


삿다와 빤냐는 마음의 힘을 형성하는 두 개의 기둥과 같다. 내면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줄 아는 용기와 믿음. 그 경험을 또렷하게 직면할 수 있는 지혜. 두 가지 마음의 힘이 균형을 갖추면 고통은 이내 자유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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