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두려운 사람
가끔 우리는 관계가 끝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이미 지친 인연조차도 쉽게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을 때가 있다.
어떤 참여자는 자신이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진 건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다. 분명히 헤어지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인데도, 고통을 반복하며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자신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은, 헤어짐 그 자체보다 더 힘든 것은 ‘혼자 남겨지는 일’이다.
* 스톡홀름 증후군: 피해자가 자신을 위협하거나 학대한 가해자에게 심리적 유대감 또는 감정적 애착을 느끼는 심리적 방어기제
이런 두려움은 이상하거나 잘못된 게 아니다. 그저 우리의 기본적인 생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을 뿐이다. 외로움, 우울,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지금은 괜찮더라도, 상황이 바뀌면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로 진화해 왔다. 우리의 뇌는 ‘소속감’을 ‘생존’과 연결 짓는다. “나 혼자다”라는 감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실질적인 위협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래서 우리는 늘 마음 깊은 곳에서 버려질까 봐, 잊힐까 봐, 혼자가 될까 봐 불안해진다.
그리고 이 감정들이 유난히 무겁게 밀려오는 순간, 때때로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으로 밤마다 이불을 차며 후회하고, 남몰래 숨어서 울기도 하며, 심한 경우엔 영원한 침묵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이 약해서, 바보 같아서 그런 게 아니다. 과거의 상실, 버림받은 기억, 익숙했던 환경이 무너졌던 경험이 차곡차곡 데이터로 쌓여 현재의 불안과 두려움을 증폭시킴으로써 생존율을 높여보려는 것이다.
두려움은 살아 있는 존재라면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감정의 깊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 감정의 존재 자체는 지극히 보편적이고 자연스럽다.
별은 모두 스스로 빛난다.
별들은 각자 멀리 떨어져 있기에 혼자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의 빛을 등불 삼아 ‘함께’ 존재한다.
빛은 아무리 겹쳐도 얽히거나 뒤섞이지 않는다.
다만, 더욱 밝아질 뿐이다.
관계도 이와 같다.
혼자임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모르는 것일 수 있다. 별들이 각자의 궤도에 충실할 때 만물이 순환하듯이, 사람도 각자의 빛을 내며 만물과 함께 순환하고 있다. 때문에 관계는 늘 고정적이지 않다. 다만 이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다 보면 변화를 두려워하고, 붙잡으려고 애쓰고, 원하는 만큼 머물지 못함을 슬퍼하게 된다.
요즘 당신이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느껴진다면, 어쩌면 지금 겪고 있는 관계는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 지인... 어떤 형태라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벗어날 수 없어 힘들 수도 있다.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고통일지라도 이것마저 없으면 정말 혼자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러나 이 두려움은 실체가 아닌 단지 감정이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러닝머신 같은 것이다. 끊임없이 달려도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반복이다.
러닝머신 위에서 조금만 더 달리면 어딘가에 도착할까? No.
목적지 없는 달리기는 언제 멈출 수 있을까? Now!
러닝머신에서 내려오면 단단한 바닥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 두려움이 솟구칠 때, 그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다정하게 보듬으려는 태도. 타력이 아닌 자력으로 빛나는 존재임을 상기해 보는 것. 그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시작이 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궤도를 알면 비로소 두렵지 않다.
누군가의 구조를 기다리며 혼자라고 느껴질 때, 그래서 두려울 때,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구조할 수 있는 존재는 자기 자신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