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가슴 기슭에 다가와

상한 말들의 세상, 꿈꾸는 음표들의 향연

by THE AZURE POET

때로 가슴 기슭에 다가와

-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김 민 휴


음악은 슬픈 일을 경쾌하게 표현할 수 있다. 슬픈 감정을 기쁜 가락에 태울 수 았다. 어두운 마음을 밝은 소리에 태울 수 있다. 시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손담비의 노래 <토요일밤에>는 아주 경쾌한 노래이다. 아마 같은 시기에 나온 대중가요 중에서 가장 신이 나는 노래일 거다. 하지만 가사 내용으로 보면 상황은 경쾌할 일의 정반대이다.


“널 잃은 아픔에 / 찢어진 가슴에 / 텅 빈 내 마음에 / 난 이제 어떻게 살아 // 널 잃은 아픔에 / 찢어진 가슴에 / 텅 빈 내 마음에 / 한없이 슬퍼지는 오늘 / 토요 일 밤에 ..“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Waltz No. 2>을 들으면 내내 아주 경쾌한 춤곡이다.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춤은 못 출지라도 저절로 손가락을 까딱거려 못하는 지휘까지 하며 듣게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손가락 끝 뿐만 아니라 발까락 끝까지, 온 몸에 퍼져 있는 감정이, 뭔가 아닌 것같다. 괜히 무엇인가, 누구인가에 무안해지는 느낌이 올라오는 것이다. . (엉? 뭔가 이상해. 이건 즐거운 것만은 아냐 ...)


왈츠 2번을 듣고 있으면 도회지의 혹은 궁중과 같은 곳의 규모가 크고 화려한 대연회장에서 가장 멋지게 차려 입은 귀족 같은 남여가 우아하게 춤을 추는 모습이 그려지는 대신...


주변에 농지와 같은 삶의 터전이 있는 중소 도시의 어느 술집이 그려진다. 고된 일의 나날이 계속되고 ... 그러나 인간은 일과 놀이를 겸해야 삶을 유지하고 지속할 수 있는 감정의 영역애서 서성이는 존재이니..


삶과 삶이 낳고자 하는 문화 예술에 대해 간섭하고 억압한 스탈린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생존해야 했던 구소련 체제하에서의 사람들, 이 마을 저 마을 사람들이 고단한 일을 마치고 저녁이 깃들면 술 한 잔 하기 위해 중심지 술집에 나와 한 잔 씩 걸치다 ...


밤이 이슥해지고 술이 거나해지면 예술적 표현 본능을 견디지 못하고 앞쪽의 공간 바닥무대로 나와 어우러져 춤을 추기 시작한다.


연주 악기라고는 낡은 피아노 한 대 뿐이다.피아노 본능을 참지 못하는 누군가가 나와서 4분의 3박자 왈츠 춤곡을 멋지게 연주한다.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또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니 정답고 부담 없다. 즐겁고 흥겨워서 피아노의 노래도 서람의 춤도 경쾌하다. 한 바탕 예술의 생산이다.


하지만 이밤 이 예술의 생산 에너지가 어찌 흥과 즐거움 뿐이겠는가. 낮에 일을 하면서 등골에 번지는 힘겨운 노동요의 감정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참았던 ..


어쨓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얻은 밤 사간은 좋은 것. 흥나고 행복하게 살 권리는 하느님이 주신 것. 즐겁게 노래 부르며 춤을 추자 ... 그러나 가시지 않는 폭폭증과 울감


그래서 왈츠 2번의 경쾌한 음표들은 손에 꽉쥐고 내보이지 않으려는 숨긴 감정을 다 감출 수는 없다. 손담비의 <토요일밤에>는 경쾌하고 신나는 노래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용은 슬픈 이별노랴더라.


왈츠 2번의 음표들이 아무리 신나게 또들어도..그 배경 또는 바탕에는 그들의 무거운 삶의 의미가 오그리고 앉아 있다. 그래서 뒤섞여 춤추는 사람들의 상황은 아이러니하다. 격정과 유머까지 모두 커다란 경쾌의 그릇에 담아 흔들어 춤으로 쏟아낸다.


평범한 평민들의 급조된 무도회이지만 자연스럽다. 품위 있고 격조 있다.


지금 이 술집의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소시민들의 머리 속에는 저마다 삶의 질문들이 밝아졌다 희미해졌다 깜빡깜빡 하리라..


그래서 착한 밤은 더욱 깊어만 거고.. 너와 나는 음악에 맞춰 더욱 더 몸의 움직임에 몰두하리라. 저마다 그만그만한 사연을 갖고서..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 가사 가운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Somebody dance to remember,

Somebody dance to forget~~

<끝>



*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 1906–1975)**는 소련(러시아)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20세기 클래식 음악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 그는 교향곡, 실내악, 오페라, 발레,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으며, 특히 그의 음악은 정치적 억압 속에서 표현의 자유를 추구한 예술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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