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말들의 세상, 꿈꾸는 말들의 향연 - 김민휴의 산문
삶의 색깔
김 민 휴
삶은 곧 온갖 접촉이다.
접촉은 감각을 낳고, 감각은 감정을 호출한다
감정은 솟아난다. 솟아나 고인다.
감정이 고이면 감정은 온 마음을 물들인다.
마음은 거의 투명한
모든 색의 스테인드 글래스이다.
물든 마음은 선명한 색을 갖는다.
색을 가진 마음은 발현된다.
이 발현은 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반응이다.
이 발현은 새로운 주체의 탄생이다.
발현된 마음은 주인, 주체가 되는 동시에
대상, 객체가 된다.
주체와 객체는 서로 주인이고 대상인
역할 교환을 지속한다.
이 두 발현태는 호응하거나 불호응한다.
호응과 불호응의 결정자는
근원적으로도 결말적으로도 발현된 색이다.
마음을 물들인 모든 색의 질료는 솟아난 감정이다.
거의 투명한 마음은
주체에 의해서든 객체에 의해서든 인지되는 순간
정신이라는 다른 이름을 갖는다.
감정이 오는 곳은 개체 정신의 지층이다.
현재와 만나는 개체 정신의 반응사이다.
모든 개체와 집단은 다가오는 삶을
잠시 만났다가 마음의 한 켜로 지층에 저장한다.
이 지층은 현재가 살아가는 대지이다.
점점 깊어가고 점점 넓어져 가는 지층의 밑에는
부화하지 못한 느낌들이 오글오글 모여 있다.
솟아나 고인 감정은 현재로 해석된
도달할 수 없는 기억이다.
현재가 된 기억은 수 많은 자아 중 하나가 된다.
이 자아는 독립되고 특별한 이성이 되고
인격이 되어 간다.
스스로 척도를 휘둘러 분별하고 경계한다.
논리를 만들고 논증을 생산한다.
그리고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는다.
호하거나 불호한다.
스스로의 색으로 제작한 붓으로 마구
대상에 색칠한다.
이제 모든 대상은 사랑하는 색이거나
사랑하지 않는 색이거나
관심 없는 색으로 나뉜다.
오직 사람만이 자기를 분리한다.
가끔은 하나이지만, 둘, 셋, 넷,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까지 자기를 나눈다.
이제 한 인간은 여러개의 색으로 나뉘고
한 인간은 사랑하는 색과
사랑하지 않는 색과 관심없는 색들로 가득찬다.
색은 나와 당신, 또는 나와 그/그녀/그것을 만든다.
나와 당신은 각각 색이다 : 나는 수 많은 색이다.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색이 있고
좋아하지 않는 색이 있다.
나와 당신은, 또 노랑색의 나와 파랑색의 나는
서로 각각 좋아하는 색이거나
좋아하지 않는 색이거나
관심이 없는 색이다. 이게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