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어린이의 노래
초록초록
나무들도 걷죠
못 믿겠다면
길을 따라 걸어보세요
길을 걸으면서
오른쪽을 보세요
나무들이
길을 걷고 있는 걸
볼 수 있죠
봄 여름 가을
초록 그늘과 오색 수채화
수고로움은
나무들의 일상이죠
겨울이 오면
나무들도 여행을 떠나죠
땅에 수고를 내려놓고
걸어서
북쪽 산맥을 넘어가는 새들처럼
여행을 하죠
폭설이 내려
길이 푹푹 빠져
모두가 문을 꼭꼭 닫고 자는
겨울 어느 밤
나무들은
겨울 여행에서 돌아와
봄을 기다리죠
못 믿겠다면
초록 풀밭이 돌아온 봄날
나무를 올려다보세요
나무들은
겨울 여행을 하며
걸었던
발자국들을 모아
가지 끝마다 매달죠
고물고물하더니
금세 초록초록하죠
누구에게나 추억은
팔랑거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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