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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해 가는 중

시간을 저어가는 삶을 위한 향연

by THE AZURE POET

소멸해 가는 중

이 새벽

갈라진 벽 틈으로 해가 지나가듯

손이

스윽 지나간다

뭐지?

염사?

점검?

냉수를 맞은 듯

의식에

번쩍 불이 켜진다

잠시 그릇이 된 짧은 순간에

세월이

고봉밥처럼 수북이 담겼다가

비워진다

부러 침묵하다가 .....

감히 여쭌다

짜잔해?

... ... ...

부시시 일어나 부엌으로 가신다

반대 방향,

베란다를 내다볼 필요가 있는 순간이다

올해, 치자꽃은

고맙게도

열 한 송이나 찾아왔다

흐르는 치자꽃 향기에도

연기 같은 색이 있다면

한 줄기가 방으로 들어오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남은 세 개의 봉우리,

빳빳이 섰다

흠칫!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생동은 소멸을 나무라지 않는다

애써,

한 문장을 쓰고 자위하는

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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