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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ZURE POET Nov 20. 2015

따뜻한 낙엽

상한 말들의 세상, 꿈꾸는 말들의 향연 - 김민휴의 시

따뜻한 낙엽

             김 민 휴

낙엽이 떨어지는데 쓸쓸하지 않다
낙엽이 떨어지기 전
앞당겨 너무 쓸쓸했기 때문인가
낙엽이 오히려 따뜻하다

나이 들어간다는 징후인가
안아주는 것보다
덮어주는 것이 고맙고 눈물겹다
서리 내린 대지 다독이며 덮어주는
굴참나무 잎들, 갈색 온기를 본다
황량한 벌판 자장자장 밤낮으로 재우는
흰 겨울 미리 덮는다

뒤로 물러서고 또 물러서다
맞는 매는 얼마나 두려운가
먼저 쓸쓸해버리면 당당해질 수 있는 것
피하려 발버둥치다 쓸쓸해지면
얼마나 아픈가

웅크린 하늘로 낙엽이 떼지어 오늘 때
쓸쓸하다면 그 건 낙엽 책임이 아니다
늘 미리 조금씩 쓸쓸해 버릴 것
고독이 원앙금침보다 포근해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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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구리종이 있는 학교』, 2010, 천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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