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말들의 세상, 꿈 꾸는 말들의 향연 - 김민휴의 시
큰애, 보아라
김 민 휴
큰애야, 이 철부지야 결코 이 어미 얼굴에까지 똥칠 하는 거니? 조용히 없는 듯이 살았으면 치부만은 감출 수 있었잖아. 가만히 있었더라면 중은 갔겠잖아. 요즘 니 아빠는 화병이 나고 나는 불면증에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나 먼저 떠나온 뒤, 네 아빠가 그렇게 최가놈 좀 멀리 하라고 너를 타이르다가 훍틀다가 하면서 애를먹었다더니, 둘이 떨어진 걸 끝내 못 보고 급히 오고 말았다고 근심 걱정이더니 결국 이 사단이 나려고 그랬구나.
네 사촌 형부가 나더러 제 마누라 굶겼다고 독설을 했다며? 내 이미지가 영부인 이름에 맞게 꾸며진 것이라 했다며? 세상에! 네가 대통령 안 했으면 세상이 어떻게 알 일이냐. 네 아빠는 약하고 의심 많다고? 지랄한다. 쿠테타는 아무나 일으키니?
영영 최가네 족속들에게서 헤어나지 못하겠니? 가삿일인지 나랏일인지 구별도 못하니? 차갑게 언 땅에 못명한 백성들을 내몰아 떠돌게 하고... 그 욕심은 또 끝이 어디니?
네 밑으로 동생이 둘 있다는 걸 알기나 하는 거니? 제발 지금 당장 나와 언니, 누나 노릇 하고 동생들이나 좀 챙기며 오손도손 살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