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말들의 세상, 꿈 꾸는 말들의 향연 - 김민휴의 시
근애, 보거라
김 민 휴
딸아, 이 고집쟁이, 막켕이, 막무가내야
그러니까 내가 대통령 하지 말라 했잖아
넌 애초부터 그런 능력 없었다고
내가 널 그런 능력 있게 키웠겠니? 그럼
나는 어쩌라고. 물론 목숨 빼앗기고 쫓겨났지만
넌 그냥 맞춤형으로 태어났다구: 공주인형!
너 지금 당장 그 자리 그만 안둘래?
아무나 대통령 하는 줄 아니? 나도
죽을 둥 살 둥 죽을 둥 살 둥 하다가 죽었어
백성의 머리에 아빠가 애써 새겨넣은 신화와 우상
너 때문에 모두 말짱 꽝 되게 생겼잖아
그래도 혹자는 말하길 공칠과삼이라 하는데
안절부절 할 것 없이, 머뭇거리지 말고
그냥 거기서 빨리 나와. 어렵지 않아 그냥 일어서.
한 발짝 한 발짝 11문 쪽으로 걸음을 떼어봐
멈추지 말고 뒤돌아 보지 말고 곧장 계속 걸어.
네가 그래도 잘 한 일이 있다는 건 잊지 말아라
이 황당하고 나라도 아닌 나라의 씨앗을
네 아빠가 뿌렸다는 것을 우매한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깨달을 수 있게 했다는 것, 그 역할을
네가 했다는 건 그나마 칭찬 받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