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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ZURE POET May 11. 2017

지상의 별밭

[시간을 저어가는 삶을 위한 단상] -김민휴의 시


지상의 별밭

                 김 민 휴

어느날, 어느 나라 어느 광활한 숲에 어둠이 쌓이자 헤아릴 수 없는 별들이 쏟아져 내려왔습니다.
별들은 단 한 개도 다시 우주로 돌아가지 않고 그 곳에 마을을 일구며 숲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이후, 그 나라 그 숲에 날마다 밤이 오면 별들은 깜깜한 처마에 반짝반짝 등불을 내걸었습니다.
별들은 밤마다 밤새 두고온 고향의 추억과 지상의 꿈으로 소곤소곤 숲에 이야기 수를 놓았습니다.
언젠가부터, 지구의 사람들은 이 세상 어딘가에 별마을이 있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하늘나라 별들의 말을 들어볼까요.
어느날,  어느 밤에  별나라에서는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별나라의 셀 수 없이 많은 처녀 총각들이 어딘가 다른 곳에 가서 살고 싶다고 부모들을 졸라댄 것입니다.
사실 졸라댄 게 아니고, 그냥 통보한 것입니다. 그런 뒤, 길을 떠나버린 것입니다.
하늘나라에 남은 별들에게 퍼진 소문으로는 게네들은 모두 지구의 라오스라는 나라의 숲으로 갔다고 합니다.

지구의 어느 비행장에서 출발하든지, 깊은 밤에 라오스의 비앤티안이나 루앙프라방 하늘 위에 닿아보십시오.
당신은 잠깐 숨겨진 고대문명 같은 별마을을 볼 수 있습니다. 항상 별마을이  당신의 머리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만 버린다면,
아, 검푸른 저 지상에  저렇게 많은 별들이 박혀 빛나고 있다니. 저렇게 많은 별들이 밤마실 나와 와글대다니.
몸마져 푸르르 떨릴 듯, 당신의 마음은 가을 바다의 물별처럼 반짝이게 될 것입니다.

어느날, 당신은 비엔티안이나 루앙푸라방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보십시오.
낡은 당신을 남겨두고 이 지상의 별밭, 지상의 별마을로 한 번 떠나오는 것입니다.
오셔서 이 별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도 듣고 당신의 이야기도 좀 털어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꼭 이 곳에서 사랑을 한 번 해보시는 것입니다.
싸 바이 디. 콰이 확 짜오. 콤 짜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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