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그림 Sep 02. 2023

성취의 신을 떠나보내기

성취라는 우상

우리에겐 여러 우상의 모습들이 있다. 음식, 돈, 섹스, 오락, 성취, 로맨스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오늘은 성취라는 신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왜 이런 것이 생겨났으며 건강하게 극복하고 있는 과정을 나누고자 한다.


어렸을 적 우리 집 분위기는 “성적만능주의” 였다. 내가 중학교 첫 시험에서 전교 19등을 하고 돌아왔을 때, 나는 엄마의 실망스러운 듯한 낌새를 캐치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억울했다. “처음인데 너무한 거 아냐?” 그러나 이내 나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그래, 잘 한 것은 아니지.” 그렇게 잘 했다, 못 했다의 기준을 스스로 세울 줄도 모른 채 누구를 얼마나 만족시켜야 할지 모를 인정과 성취의 늪이 시작되었다.


나는 나 자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도 있었지만, 나에게 중요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목적도 매우 컸었다. 그러다보니 성적은 만족할 만큼 잘 나왔지만, 우울했던 것 같다. 또 그저 열심히 하는 것에만 가치를 두다 보니 잘 쉬고,  좋아하는 것들을 시도하는 것들을 많이 놓치며 10대 시절을 보냈다.


감사하게도 20대가 되어선 신앙도 없고 여전히 답을 찾기 어려운 부분이 컸지만, 좋아하는 활동들을 해보면서 원기 회복되는 시간도 가졌다. 그런데 문제는 오히려 신앙이 생기고 나서부터 출발했는데, 성취의 신이라는 우상을 좇게 된 것이었다. 나는 매일 진짜로 책을 잘 소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정말 “많은 책을 넘겨 끝내기 위해” 꾸역꾸역 책을 읽었고 많은 목표들을 세우며 나 자신을 혹사시켰다. 그 기저에는 남과의 비교라는 열등감이 숨어 있었다. 하나님은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독서 모임도 보내주시고 잘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도 하셨을텐데, 나는 이전보다 훨씬 더 뛰어난 사람들을 만나게 되자 여지없이 약한 부분이 드러나며 비교하고 그저 겉멋 들은 성취만을 위해 달려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 속에는 결국, “나 자신의 성공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인적인 기준이 없었던 것과 “하나님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비어있었다는 것을 사경회 말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성취의 신을 버려버리고 내가 다시 정의하는 성공은 스스로 가치 있다고 믿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여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일터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그게 어떤 일이라도 가치 있다)이다. 이 기준이 없었을 때 그저 이리저리 흔들리며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과 비교하는 등을 했었던 것 같다. 또한 “하나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우상에 관한 얘기다. 내가 성취의 신을 열나게 쫓고 있을 때에도 하나님은 내가 돌아오길 바라시며 너무나 사랑하신다는 메시지를 주셨는데, 이것을 모를 때 나는 사소한 성취의 좌절에 예수님을 마음 속으로 박해하며 가장 중요한 하나님을 경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마음 아프게 깨달을 수 있었다.


성취의 우상을 좇을 때는 내 능력만 향상되기를 신에게 구하게 되지만, 이것을 내려놓기로 전심으로 회개하고 나니 주님은 내 쉼이 참 중요한 분이셨다. 별로 일하지 않아도 자꾸 번아웃이 오는 이유를 이제야 발견한 거 같아 스스로가 귀엽기도 바보같기도 웃기기도 했다. 진정한 쉼을 찾자 나는 책을 한 번에 20쪽밖에 읽지 못했을 정도로 지쳐 있었다. 그러나 마음이 급해지지 않았다. 그저 지금은 쉴 때고 다시 일어날 거라는 걸 알았을 뿐이다.


성취의 신을 찾은 또 다른 이유를 살펴보니 나에게는 정신 질환이 하나 있나보니, 그걸 너무 극복하고 싶어서 건강치 못한 생각들을 바꾸고 싶어 능력만을 너무 많이 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특히나 마음에 병이 있는 분들에게, 건강한 생각을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점점 더 편해질테니 너무 자기 탓으로 돌리고 애써 노력하지는 말라고 전해주고 싶었다. 오히려 난 언제 낫지, 나을 수 있을까란 불안감에 낫는 것도 성취처럼 여기게 될 때 하나님의 구원을 한번 더 묵상하고 그분의 은혜를 인정하는 것이 치유에 훨씬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성취의 신을 오랫동안 쫓았기에 완전히 몰아내기는 쉽진 않다. 어쨌든 사람은 무엇인가를 해야 활기가 도는 존재이기도 하고, 또 무언가를 도전하고 성취해야할 것 같은 마음 속의 압박은 간헐적으로 생겨난다. 그러나 그것에 끌리고 속아 쉼을 포기하고 무엇을 선택하는 데까지 가지는 않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가정의 배경이나 병을 가진 이들이 은혜에 의지하게 되고 성취의 압박이 아니라 의미의 추구와 달성이라는 기쁨을 얻게 되기를 바라고 축복한다.



작가의 이전글 사탄의 권능을 무력화시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