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free Jun 08. 2023

호주여자 땡땡이

친구는 떠났다 다시



호주에 7년째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

대학동기로, 같은 무리에서 공통점이 없어 가장 서먹서먹했던 친구이다

어쩌다가 단 둘이 남게 된 상황이 생기면, 어색해 미쳐버릴 것 같은 사이였다

졸업 후 산전수전 겪다 보니 서로 마음도 열리고 대화도 잘 통하게 되어 천천히 조금씩 친해진 친구이다


친구는 무작정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워홀로 호주에서 학교도 다녔으며 현재는 전공을 살려 일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전공을 살려서 일한다는 건 쉽지 않은데 타지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른다




나는 한국의 빠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사랑한다

더군다나 언어의 장벽 때문에 외국에서 평생 산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과거 잠시나마 해외에서 우리나라와 다른 정서, 다양한 상황을 경험해보고 싶은 계획이 있었다

한국과 전혀 다른 곳에서 모험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대학원을 졸업하면 기필코 해외취업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힘겹게 눈물 젖은 논문을 쓰곤 했었다


하지만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한다

마지막 학기에 현재 남편과 만나 코로나를 겪으며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될 줄은.

만약 내 계획대로 되었다면 어땠을까? 가끔은 궁금해진다

친구는 이런 내 생각을 알고 있었기에 선택에 후회는 없는지 물었다

후회는 전혀 없지만 마음 구석에 조그마한 미련은 있다

이젠 해외에서 일하는 경험보다는 여행 그 자체로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일 년 동안 세계여행 하는 게 내 꿈이자 목표이다




1-2년에  번씩 한국에 방문하던 친구는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자 5 만에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

얼마나 설레던지 오면 어떤 걸 먹이고 어떤 걸 선물하는 게 좋을까 고민이 되었다

나도 이렇게 반가운데 친구의 가족들은 얼마나 기다려왔을까 싶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찌나 그대로인지

태닝으로 시커먼 피부며 환한 미소며 서로를 보고 웃으며 어쩜 그대로냐고 신기해할 정도였다

물론 우리는 알게 모르게 주름이 조금씩 늘었겠지


과거엔 한국에 잠시 들를 때면 한국이 싫다면서 외국으로 당장 날아갈 기세였는데

이번엔 무슨 탓인지 한국이 최고다, 가기 싫다며 친구는 여러 번 말했다

영주권 문제도 있을 테고 오랜만에 가족들을 보니 자주 못 보는 설움도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주변에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기도 하는 것 같았다

자기주장이 강한 친구라 어떤 말을 해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반박하는 친구인데 타지에서의 생활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를 듣고 고민을 하는 걸 보니 생각보다 무거운 고민이구나 싶었다

나는 미련 없이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고 말했다

참 책임감 없이도 말이다

친구는 경제적으로 아쉬운 상황도 아니고 본인만 건사하면 되니 후회 없이, 원 없이 해볼만큼 도전해 보고 오라고 말이다

내가 과거에 떠나겠다고 결정했으면 지금쯤 친구의 상황과 같이 놓이진 않았을까

괜스레 내 일인 것 마냥 고민도 되었지만 알아서 야무지게 잘 생활하는 친구라 그저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





친구가 다시 출국하는 날.

나는 평범한 평일과 같이 센터에 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보았고 나누던 얘기도 예전보다 조금은 진지하고 무거웠던 터라

아쉽고 아련한 마음이 더 컸던 이번 만남이다

건강히 잘 지내고 또 보자 친구야-


매거진의 이전글 초보며느리의 첫 설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