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너, 목에 깁스했니?
유독 채용 건이 많았던 여느 달이 있었다
마케팅, 매출, 회원관리, 상담 등 할 일이 태산이기에 몸과 마음이 한계에 임박하기 시작했다
비수기 계절임에도 매출이 역대급을 찍을 정도로 상담 예약과 워크인이 빗발치는 달이었다
매출이 터지는 건 당연히 감사하고 좋은 일이었지만 혼자서 모든 일을 하다 보니 머리가 뜨거워지고 새치가 느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갑자기 구인전쟁이 시작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컴플레인이 누적된 강사, 결혼으로 타 지역 이사 가는 강사, 청소여사님 개인사정 등
워낙 급구이다 보니 심리적 압박감이 있었으나 어차피 해야 할 일이기에, 이내 평정심을 찾고 할 일에 집중했다
그동안 다양한 인간군상을 경험하면서 더욱이 채용에 신중해졌다
처음엔 이력서가 많이 들어오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들어오는 이력서는 줄고 면접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시기에 맞춰 채용된 새로운 강사는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었다
그 강사는 근무 첫날부터 개인사정으로 수업시작이 조금 늦어질 것 같다고 하며 미리 기구세팅을 부탁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한 사유였기에 기꺼이 협조하며 회원님들께 양해를 구했다
둘째 날, 셋째 날도 지각하자 그때부터는 참기가 힘들어 시간을 잘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항상 나이스하던 사람이 압박을 주니 당황한 듯 보였고 이후에 출근시간을 매우 잘 지키기 시작했다
이제 평화가 찾아오나 했는 데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출근은 제시간에 하는 데 꼭 수업 시작을 1-3분 늦게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평소 시간을 타이트하게 체크하지 않고 수업 시작하는 정각 즈음에 그제야 일어나서 화장실을 들른다거나 물을 뜨러 가는 등
내내 쉬다가 수업시작 시간이 되어서야 본인 할 일을 하고 수업을 여유롭게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동안 회원님들은 미리 룸에 입장하여 친분 없는 사람끼리 모인 정적사이 뻘쭘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보자 하니 1분이 10분 같았고 내 마음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의 엄마도 아니고, 수업 시작시간에 센터 어디에도 없어서 찾아보면 화장실에 있거나, 핸드폰 삼매경인 그녀에게 수업 시작 시간 지났다고 말해서 그제야 들어간 적도 허다했다
추측 건데 그녀의 삶에서 이런 문제는 꽤나 익숙했던 것 같다
본인이 늦었을 때 적어도 회원님들에게 '미안합니다'
미리 회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기구 세팅해 준 나에게 '감사합니다'
말 한마디 정도는 바랬건만,
앞으로도 안 늦을 자신이 없어서인지 열등감과 자존심 덩어리여서인지 기본적인 매너가 전무했다는 점에서 느낄 수 있었다
시간문제뿐만 아니라 평상시 회원과 강사들이 지나다녀도 핸드폰에 고개를 박고 인사를 하지 않으며 듣기 싫은 소리는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수업 시간에 10분 지각했던 그날은 그녀의 마지막 출근날이 되었다
첫 수업이 10분 늦게 시작하니, 뒷타임 수업도 줄줄이 비상이었다
대표랑 상의하여 계약해지를 하고 이후에 새로 들어온 인성 좋은 강사님은 티칭도 잘하고 회원님들에게 애정을 받으며 잘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그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채용한 나 자신을 탓하면서도 한편으론 면접 때 시간도 안 늦고 인사도 잘한다며 열정을 보여줬던 그녀. 그 마음은 어디 갔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지각은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