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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우작 Jun 22. 2022

시어서커의 계절

    베란다 창고에서 두 대의 선풍기를 꺼냈다. 그 두 대는 각각 큰방, 작은방에 위치할 것이다. 선풍기를 꺼내 겉을 닦고, 나사를 풀어 세척 가능한 것들을 꺼내 씻어 말리고 결합하고, 미풍으로 작동해 남은 물기를 제거하는 과정을 수행할 때, 바로 그때 여름이 진짜 코앞에 다가왔음을 느낀다. "이제 여름이야." 경사 방향으로 수축된 부분이 있는 평직의 면직물을 시어서커(seersucker)라고 사전에서는 정의한다. '경사 방향, 수축, 부분'은 좀 알겠는데 '평직, 면직물'은 잘 모르겠다. 유추는 가능하고, 검색도 가능하나 굳이 상세히 알고 싶음이 차오르지는 않는다.




시어서커 이불과 토끼


    언박싱, 이거 기분 좋다. 시어서커로 된 침대 패드와 베개 커버가 오늘 도착했다. 이른 퇴근 후 저녁을 먹고, 후다닥 세탁과 건조를 마치고 침대에 깔았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하며 남은 일을 해야지라는 마음은 싹 사라지고 시어서커에 온몸을 기대 손가락을 나풀거린다. 에어컨이 시원하고, 선풍기가 한 수 거들고, 나는 그냥 누워만 있으니, 감사함만 찾게 된다. 시어서커 패드, 이불, 베개, 잠옷. 자고 일어나면 얼굴에 돈가스 망치 자국이 있겠지. 이십 대와는 다른 서른 중간 이쯤에서는 자국들 오래가던데. 내일 얼마간 자국이 유지될지 살짝 기대해 본다.




시어서커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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