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피아노 오중주
지난 12월 2일 세종 체임버홀에서 열린 앙상블 뷰티풀 랑데부의 <로맨틱 헤븐>이 많은 분들의 사랑으로 성료되었습니다. 이날 공연의 2부를 장식한 브람스 피아노 오중주는 워낙 실내악 대작인지라 연주자들에게 아주 긴 여행과도 같았는데요, 연주자들의 후기를 함께 만나보실까요?
1. 같은 곳을 바라보기
개성이 다른 연주자들이 모여 하나의 해석으로 통일하기까지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소위 '좋은 음악'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음악의 결이 비슷한 연주자들이 모이는 것입니다. 앙상블 뷰티풀 랑데부가 메인 멤버 외에 게스트 멤버를 섭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특히 브람스 같은 낭만주의 작품을 다룰 때는 템포와 루바토 등 해석이 여러 갈래로 나뉘기 쉽습니다. 해서 리허설 첫날 연습보다도 함께 악보를 읽으며 대화를 통해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작업을 거치게 됩니다.
2. 현악 연주자들의 추가 리허설
피아노 오중주의 특성상 현악 사중주와 피아노의 개념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따라서 현악 악기 주자들끼리의 보잉과 음정 연습은 연주 완성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요. 주로 제1 바이올린의 의견과 해석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실내악에 감이 좋은 실내악 연주자들이 모인 경우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번 브람스는 제1 바이올린 안세훈의 탄탄한 해석을 기반으로 첼리스트 임재성의 깊은 음색 사이에 바이올리니스트 김예원과 비올리스트 조재현의 감각적인 내성이 더해져 조화로운 음색을 만들어냈습니다. 현악 주자들이 모두 피아니스트 김가람과 오랜 음악적 인연이 있는 연주자들인 부분 역시 음악적 완성도에 큰 영향을 주었지요.
3. 그리고 무대
많은 시간의 리허설과 연습을 거쳐도 무대라는 곳은 늘 변수가 존재합니다. 그날의 몰입도와 무대 온도, 연주자의 컨디션에 따라 음악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메인 멜로디를 맡은 연주자가 어떤 부분을 더 노래하고 싶다거나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 액티브하게 움직이는 등 다양한 경우가 존재합니다.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는 변화는 생각보다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하는데요, 큰 틀의 약속은 변하지 않습니다만 이런 예상치 못한 변수는 무대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이기도 합니다. 마치 변화구를 주고받는 놀이와도 같지요.
4. 뷰랑의 브람스
이번 앙상블 뷰티풀 랑데부의 브람스는 깊고 풍성한 음색을 바탕으로 적절한 절제미를 가미해 긴 호흡의 음악에 천천히 몰입되도록 했는데요, 낭만주의의 거인과도 같은 브람스가 성숙해지는 단계에 작곡된 곡인만큼 지나친 열정이나 과도한 액션보다는 조금은 덤덤하게 묵직한 말을 건네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날의 연주가 많은 분들께 긴 여운으로 남기를 바라며 연주 영상을 공유합니다. 올해 만나게 될 뷰랑의 음악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109) J. Brahms | Piano Quintet in F minor, Op. 34 앙상블 뷰티풀 랑데부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