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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라이언 Oct 29. 2024

다시 정리하는 브랜딩과 퍼포먼스 마케팅

[2024 Ver] 브랜딩 vs 퍼포먼스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은 '레이저(Laser)'고, 브랜딩은 '샹들리에(Chandelier)'다. 브랜딩과 퍼포먼스 마케팅의 차이를 이렇게 잘 설명한 문장은 본 적 없다. 목표로 하는 시장이 아주 큰 방(Room)이라고 가정하면 특정 지점에 정확하게 빛을 쏘고 밝히려면 레이저만 한 게 없다. 하지만 더 넓은 범위에서 전체적으로 방을 밝히려면 '샹들리에'를 쓰는 것이 효과적이다. 전체 방을 밝게 하기 위해 레이저를 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내가 만든 말은 아니고, Airbnb CEO 브라이언 체스키가 공동 창업자인 조가 사용했던 비유라면서 소개한 말이다.


이어서 체스키는 ROI 기반의 차익 거래 비즈니스(arbitrage business)를 하고 있다면 퍼포먼스 마케팅이 적합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커머스 사업이라면 전환율을 기준으로 ROI를 따져서, 어필하려는 상품에 가장 효과적인 매체를 찾고 그에 맞는 소재를 제작하여 전환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캠페인에 더 큰 마케팅 비용을 태우면 되는 것이다.


체스키는 Booking.com(숙박 예약 서비스)을 콕 집어 예시로 언급했다. 숙소의 원가와 마케팅 비용 대비 최대한 많은 예약이 발생하도록 하는 사업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차익 거래 비즈니스를 설명하기에 딱 알맞은 사례다. 그러면서 퍼포먼스 마케팅은 마케팅 효과가 축적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목표(전환)를 달성하고 나면 그 캠페인은 그것으로 할 일을 다 하고 휘발된다. 결국, 퍼포먼스 마케팅은 인풋 대비 아웃풋을 최적화시키면 그걸로 된 것이다.


반대로 브랜딩은 인풋 대비 아웃풋을 따지기 명확하지 않고, 전환율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알기 어렵다. 브랜딩에 비용을 태우고 싶을 때, 어떤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와 기대효과를 바탕으로 구성원을 설득하는 것은 예전에도 어려웠지만 트래킹(Tracking) 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똑같이 어렵다. 퍼포먼스 마케팅처럼 정량적이지 않고 정성적인 측면이 더 강하달까?


그래서 체스키는 브랜딩을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투자'의 의미는 러닝과 비교하면 좋을 것 같다. 매번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서 뛰지만 노력 대비 나의 러닝 실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기는 체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꾸준히 달리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확실히 덜 힘들고, 속도를 내어 페이스를 높여도 되는 수준으로 몸이 올라온다. 러닝 실력이 느는 것이다.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브랜딩은 성과를 바로바로 보여줄 수 있는 형태의 일이 아니다. 브랜딩을 위한 활동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마케팅 효과가 축적되는 것이다.


그럼 퍼포먼스 마케팅과 브랜딩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하는 걸까? 아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밸런스가 중요하다. 다만, 이건 꼭 언급하고 싶다. 브랜딩과 퍼포먼스 마케팅 모두에 예산을 편성한다면 브랜딩에서만큼은 단기적인 성과나 ROI를 따지지 말자고. 그냥 투자라고 생각하고 돈을 쓰자고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제품의 철학과 가치를 담아 브랜드 페르소나를 만들고, 제품이 도달하고자 하는 '대상' 또는 '타깃'에게 차곡차곡 이미지를 쌓아가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해야 한다. 브랜딩은 긴 호흡으로 쌓아가는 것이지, 반응이 없다고 막 바꾸는 것이 아니다.


단기적인 반응과 성과에 민감해야 하는 것은 퍼포먼스 마케팅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무조건 ROI를 따져야 한다. 비용/원가 대비 성과가 안 나오면 그 캠페인은 폐기해야 한다. 실패한 마케팅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브랜딩과 퍼포먼스 마케팅이 아예 연관 없이 구분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우리가 포지셔닝하려는 브랜드의 모습과 일관되게 퍼포먼스 마케팅 캠페인을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컬러, 색깔, 메시지/문구, 이미지, 매체를 선택하는 기준, 영상의 컨셉 등 모두 하나의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과 '숫자(전환, CPC 등)'와 맞닿아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나눠서 생각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숫자를 위해서 브랜드를 조금은 내려놔야 할 때도 있어야 한다는 점과 브랜딩을 위해서는 좀 더 넓은 범위의 잠재 고객 그룹을 대상으로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캠페인을 기획하되, 퍼포먼스 마케팅을 위해서는 고객 그룹을 미세하게 세분화해서 특정 타깃을 송곳처럼 찌르는 캠페인을 별도로 기획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주었으면 한다.


결국, 브랜딩과 퍼포먼스 마케팅은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르다고 정리할 수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반응과 성과를 보면서 조정할 수 있는 정밀한 도구고, 브랜딩은 천천히, 꾸준히 쌓아 올리는 긴 여정이다. 이 둘을 분리해서 활용하면서도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딩을 '샹들리에'로, 정교하게 타격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레이저'로 잘 활용한다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시장과 고객을 환하게 밝힐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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