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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대~충” 하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by B라이언

2025년 7월 9일 (수)

오늘은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적어 봅니다.




우리는 어떤 일은 오랜 시간 신중하고 꼼꼼하게 고민해서 처리하고, 어떤 일은 대충대충 빨리 처리한다. 그 일이 가진 중요도와 우선순위에 따라 정성을 들이는 정도의 차이가 크다. 문제는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평가하는 기준과 처한 환경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가정에서의 일을 떠올려보자.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 반드시 대청소를 해야만 하는 사람인데 아내는 한 달에 한 번만 해도 충분할 수 있다. 타협해서 격주로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면 어떨까? 아내는 마지못해 청소를 할 것이고, 남편은 더 열심일 가능성이 높다. 같은 일이지만 임하는 마음가짐이 다른 것이다.


가정의 소득 조건에 따라서도 일의 중요도가 달라질 수 있다. 외식비 20만 원이 아무 일도 아닌 집이 있는 반면, 몇 달을 계획하고 모아서 해야 하는 집도 있다. 후자는 어떻게 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는지, 무얼 먹어야 돈을 더 가성비 높게 쓸 수 있을지를 알아보고 외식 장소를 정할 것이다. 휴대폰이나 차를 바꾸는 일, 집을 사는 일도 마찬가지다.


회사에서는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부서와 직무, 팀장과 팀원, 직급 등에 따라, 중요한 일과 아닌 일의 기준이 더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로 출시하는 IT 서비스의 브랜드 로고와 컬러를 정하는 일을 한다고 하자. 디자인팀과 개발팀이 저 일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물론 두 팀 모두 중요한 일이라고 여길 거지만 정도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최근 개발자와 일하면서 고객의 특정 데이터 보관 기간을 30일로 할지 60일로 할지 논의한 적이 있었다. 나는 30일이나 60일이나 상관없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중요했다. 데이터를 길게 보관할수록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었다.


이처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몸과 마음을 바쳐 열심히 하는데 다른 사람은 “왜 그렇게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지?”하는 것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갈등이 생기거나, 일이 깔끔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일의 감각>이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었다. 책의 저자인 조수용 대표님은 직원을 평가할 때 ‘작은 일에도 충분한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중요시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소한 일도 잘하는지’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더 잘 해내려는 마음가짐을 본다고 덧붙인다. “간식을 사 오는 일이나 회식 자리를 예약하는 일도 마음을 담아 잘하려면 끝이 없다”면서, 이렇게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 하는 게 바로 긍정적으로 일하는 태도라고 정의한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다음 업무부터 최선을 다 해야지 하면서 기다리지 마세요.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을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여기세요. 더 나아가 여러분의 마지막 업무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다음 업무를 하기 전까지 지금 하는 업무들을 최고의 일, 환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소한 일”도 “중요한 일”처럼 대하고, 더 잘 해내려고 하는 것. 일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 것. 모든 일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것이 바로 이상적인 해결책이다. 그리고 어떤 일이 별 볼 일 없는 일로 느껴지더라도 상대방은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게 공감 능력, 공감 리더십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의 조언처럼 모든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다른 사람과 일을 할 때, 서로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지 먼저 고민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대충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대충 처리하는 일을 줄이고, 최대한 많은 일에 더욱 정성을 다한다면 나 스스로도 떳떳하고, 상대방이나 조직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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