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에서의 또 하나의 재미는 빨래다. 뙤약볕을 거칠게 하루의 걸음을 다 걷고 난 후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먼저 뒤뜰에 우리가 알던 빨래판 모양의 싱크대가 있는 수돗가와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빨랫줄을 확인한다. 지친몸을 시냇물 같은 차가운 물에 샤워를 마치고 땀에 흠뻑 젖은 옷들을 가져다 빨래터에서 콸콸 틀어 놓은 물에 던져 비누 없이 물에 흔들어 빨면 손으로 전해오는 차가운 물에 온몸이 다시 서늘해진다. 꽉 짜지 않아 물이 줄줄 흐르는 빨래들이 햇살과 바람에 흔들거리며 마르는 모습을 쳐다보며 나는 파리들과 씨름하며 한가로이 음악을 들으며 앉아 있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