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된 은총

셰익스피어의 말볼리오와 앙투아네트 목걸이 사건의 로한 추기경 비교

by 이정미엘리


“착각된 은총: 셰익스피어의 『십이야』 속 말볼리오와 앙투아네트 목걸이 사건의 로한 추기경 비교”


역사는 종종 문학처럼 흘러간다. 때로는 문학의 장난스러운 허구가 수 세기 후 현실에서 놀랍도록 유사한 구조로 재현되기도 합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십이야(Twelfth Night)』와 18세기 프랑스를 뒤흔든 앙투아네트 목걸이 사건은 서로 전혀 다른 시대와 배경을 가졌지만, 이야기 속에서 중심 인물인 말볼리오(Malvolio)와 로한 추기경(Cardinal de Rohan)이 겪는 사건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습니다. 이 에세이는 두 인물의 착각, 속임수, 권위의 추락이라는 공통 구조를 비교함으로써 문학과 현실 사이의 흥미로운 교차점을 조명합니다.


『십이야(Twelfth Night)』는 쌍둥이 남매 비올라와 세바스찬이 배에서 사고를 당하면서 시작됩니다.
비올라는 오빠가 죽은 줄 알고 혼자 살아남아, 남자로 변장해 '세사리오'라는 이름으로 공작 오르시노를 섬기게 됩니다. 오르시노는 귀족 여성 올리비아를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고백하지 못해, 비올라를 대신 보냅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비올라가 남자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사랑하게 됩니다. 한편, 비올라는 오르시노를 사랑하게 되고, 이렇게 세 사람은 서로 엇갈린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같은 집에서는 하인 말볼리오가 귀족 여성 올리비아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착각하고, 가짜 연애 편지에 속아 웃음거리가 됩니다. 이후, 비올라의 쌍둥이 오빠 세바스찬이 살아 돌아오면서, 모든 오해와 착각이 풀리고, 비올라와 오르시노, 세바스찬과 올리비아가 사랑을 이루게 됩니다. 말볼리오는 자신이 조롱당한 사실을 알고 화가 나서 떠납니다. 이 이야기는 사랑, 정체 착오, 속임수, 웃음이 가득한 희극으로, 사람들의 욕망과 착각을 유쾌하게 보여줍니다.


18세기 프랑스에서, 한 귀부인이자 사기꾼인 잔느 드 라 모트는 고위 성직자인 로한 추기경을 속여,
자신이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와 가까운 사이라고 믿게 만들었습니다. 잔느는 여왕을 사칭한 가짜 편지를 보내고, 밤에는 여왕처럼 꾸민 여자를 로한과 만나게 하여 그가 진짜 여왕을 만났다고 착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후, 잔느는 로한에게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해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야 한다고 설득했고, 로한은 이를 믿고 매우 값비싼 목걸이를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이 목걸이는 사실,루이 15세가 그의 애첩 마담 뒤 바리를 위해 주문했던 것이었으며, 약 647개의 다이아몬드로 구성된 초호화 보석으로, 당시 가격으로 160만 리브르 이상, 오늘날 기준으로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가격이었습니다. 루이 15세가 사망한 뒤, 새로운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마담 뒤 바리를 싫어했고, 또한 국가가 가난한데 이런 사치는 안 된다며 목걸이 구매를 거절했습니다. 목걸이를 팔지 못해 곤란해진 보석상은 다른 구매자를 찾으려 했고, 그 와중에 잔느가 이 목걸이를 둘러싼 사기극을 꾸민 것입니다. 결국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고, 로한 추기경은 재판에 넘겨졌으며, 마리 앙투아네트는 직접 관련이 없었음에도 사치스럽고 방탕한 이미지로 국민의 비난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프랑스 국민의 분노를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프랑스 혁명의 불씨 중 하나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말볼리오는 『십이야』에서 자기애가 강하고 권력을 탐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귀족 가문에서 일하지만, 자신의 위치를 넘어서서 상류층 여성인 올리비아의 관심을 받기를 바랬습니다. 한편, 로한 추기경은 프랑스 궁정 내 고위 성직자였으며, 당시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신임을 받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기 위치를 넘어서 '윗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했고, 이 점이 그들의 약점이자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두 사건의 핵심에는'조작된 편지'가 있었습니다. 말볼리오는 장난꾸러기들이 쓴 가짜 편지를 진짜라고 믿고, 올리비아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착각했습니다. 로한 추기경도 마찬가지로, 잔느 드 라 모트가 여왕을 사칭한 편지를 여러 차례 전달하자, 자신이 여왕의 은밀한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 편지들은 모두 주인공의 자만심을 자극하고, 조롱 혹은 사기의 핵심 장치가 되었습니다.


말볼리오는 결국 진실을 알게 되지만, 웃음거리로 끝나고 그의 몰락은 극의 유쾌함 속에 감춰진 교훈이 되었습니다. 반면 로한 추기경의 경우, 사기극이 드러나고 재판을 받게 되며, 여왕의 정치적 이미지도 심각하게 훼손 되었습니다. 둘 다 자기애와 허영심으로 인해 권위와 체면을 잃게 되었으며, 그들을 둘러싼 사회는 이 몰락을 통해 일종의 도덕적 우위를 확보했습니다.


문학과 역사는 서로를 비춘다


말볼리오와 로한 추기경의 이야기는, 시대와 배경은 달라도 권위에 대한 착각과 위선, 조작에 의한 붕괴라는 구조가 인간 사회에서 반복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은 단순한 웃음거리를 넘어서 인간의 본성과 권력의 어리석음을 풍자하며, 로한의 실제 사건은 이 희극적 구조가 현실에서도 얼마나 강력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증명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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