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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숲 Nov 21. 2024

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45화

Thanksgiving Day

르완다에 온 지 다음 달로 일 년이 되어간다. 하루하루의 삶이 늘 같은 것 같아도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마음은 쉽게 변한다. 안정될만하면 어디서 예견치 못한 바람은 그렇게 불어오는지, 그래서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마음에 감사함이 조금이라도 사라졌을 때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만족스러운 것들, 내 삶을 파고들어 아름다운 것과 감사한 것에 눈을 가리게 한다.


아침부터 비가 슬슬 뿌리기 시작하자 교회 가는 길을 서둘렀다. 그간 르완다에 뜻하지 않게 퍼진 마버그 바이러스가 종결되는 분위기라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그동안 점심도 중단된 상태였는데 오늘은 추수감사절이라 특별히 여선교회에서 식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해외 나와 보니 예배를 드리고 둘러앉아서 먹는 한 끼의 식사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경험한다. 돌아보면 무엇하나 감사가 아닌 것이 없음을 고백하게 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2024년 11월 17일 (추수감사주일)


장경민 선교사님이 인도하는 찬양팀


성전 가득 퍼지는 찬양~!!! 찬양을 듣고 있으면 가사 하나하나가 어쩌면 그렇게 달게 씹히는 걸까. 그 맛을 모르고 꿀떡 생각없이 삼켜버렸던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게 한다. 한 소절 한 소절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닌 고백인 것을 알게 된다. 고국을 떠나 온 이들의 외로움과 고독이 녹아 있는 곳. 그래서 교회에 가면 사랑과 치유의 은혜를 받나 보다.


유독 이곳은 르완다에 오는 봉사자들의 발길이 많은 곳이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위로를 받고 비전을 품는 곳이다. 오늘은 젊은 청년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어서 참 좋다. 교회가 젊어지고 활기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들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잘 하다가 고국에 돌아가서도 주님과 늘 동행하는 삶이 되기를 기도한다.


성찬식을 준비하는 모습
음식 준비하는 여선교회원들, 준비된 비빔밥 재료와 성찬식에 쓸 빵과 음료


여선교회회원들이 고기를 볶고 계란 지단을 만들고 양파, 호박 나물을 볶는다. 사카에 레스토랑 사모님인 고권사님은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맛깔스럽게 만들어오고 성찬식에 사용할 케이크를 직접 만들었다. 그 정성스러운 마음을 하나님이 얼마나 예뻐하실까!!! 게다가 남선교회에서 떡까지 준비해서 풍성한 잔치가 되었다. 더 더욱 우리를 기쁘게 한 소식은 남선교회 회장인 최연호 집사님 가정에 아기를 출산했다는 소식이다. 한국에 가서 출산을 했는데 둘째 아이인데도 오랜 진통을 했다고 한다. 아기 울음소리가 귀한 요즘 이렇게 출산소식을 들으니 기쁘다. 올해 하나님이 이 가정에 주신 최고의 수확이 아닐까 싶다.


(위) 기도하는 양규랑 집사, (아래) 입교하는 홍예진학생, 특별연주 이명희 집사


강대상에 예쁜 꽃바구니를 준비해 온 손길이 감사하다. 덕분에 성전이 더 풍성해졌다. 여선교 회장인 양규랑 집사의 기도와 목사님의 큰 딸인 홍예진 학생의 입교식이 있었다. 목사님 가정의 첫째 딸인 예진이는 지금 교회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있는데 참 의젓하게 잘 자랐다. 유아세례를 받고 언제 이렇게 커서, 부모의 신앙이 아닌 자기 자신의 신앙고백을 하는 것일까!  믿음의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 마음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를 나도 잘 알고 있는 터라 보는 내내 뿌듯한 마음이었다.   


정성껏 준비된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성찬식이 거행되었다. 줄을 서서 다가가는데 마음이 참 경건해졌다.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성찬식이 끝나고 이명희 집사의 특별연주가 성전 가득 울렸다. 행사 때마다 하나님께 자신의 달란트로 감사함을 드릴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할까!  듣는 우리들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성찬식에 참여하며


올해 여러분은 무엇을 추수하셨습니까?

르완다 주사랑 한인교회 홍창의 목사님


추수감사절 설교 시간에 홍창의 목사님이 던진 질문은 이러했다. 올해 무엇을 추수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얼른 떠오르는 것이 없다니~~ 분명 손녀를 주신 것 외에도 더 많은 것들이 있을 텐데 말이다. 내게 주어진 것들을 너무 당연시하며 살아왔던 것인가.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살겠다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과 내 의가 더 많이 내 안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고백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의 만족이 거기 없기 때문에 감사가 안 나온다.

감사는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내 삶의 여정에 하나님을 인정할 때 감사가 나온다.  

그러면 하나님은 우리를 부르시고 또 부르시고 의롭다 하시고 우리를 영화롭게 하신다."



기도하는 성도들의 모습


고개를 숙이면 하나님 앞에 어떤 고백이 나올까. 저마다의 사역이 다르고 형편과 상황이 다 다르니 어떤 이는  감사와 어떤 이는 눈물의 고백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직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들의 마음밭에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밟아가는 일상들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 가운데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다. 하나님이 아프리카 르완다에 보내신 뜻이 있기에 오늘도 이렇게 머리 숙여 그분의 임재함 앞에 경건해진다.


함께 맛있는 식사를~!!


비빔밥을 한 그릇씩 가져가는 성도들의 모습이 어쩌면 이렇게 환할까. 그 모습을 담는 나도 손길이 바쁜 대로 행복해진다. 식사를 하며 교제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가벼워지고 다시 내딛는 발걸음에 새 힘이 솟는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힘이 주어지는 것일까. 그렇구나.  믿음 안에서 서로서로 힘이 되어주고 있었구나~~^^ 비빔밥에 넣은 고추장 맛이 너무 좋아 레시피를 받아 적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나는 육십이 넘은 나이에도 부엌살림에 서툴다. (고추장, 물, 올리고당) 무언가 또 있을 것 같다는 대사님 사모님 말씀에 뒤늦게 알게 된 (간장 필수).^^


추수감사절을 은혜롭게 보낸 주일 장년에서 청년,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밝은 모습이 교회 구석구석을 환히 비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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