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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에서 부는 바람 58화

이국의 하늘 아래서 맞이한 개천절~!

by 시인의 숲

2025년 10월 1일(수요일) 오후 12시. 세레나 호텔(키갈리 키요부)


작년에 이어 르완다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개천절 행사가 있는 날이다. 오늘 왜 이렇게 마음이 가뿐할까? 하고 생각했더니 행사장이 바로 우리 동네라는 것, 이것은 나에게 주는 특별한 평안이다. 언덕을 올라서 가야 하는 길이지만 집에서 세레나 호텔까지 30분 걷는 거리라면 그저 감사할 일이다. 물론 도착하면 애써 세운 머리는 땀에 젖어 푹 쳐질 것임을 알지만 일단은 조금은 신경을 썼다. 역시 후덥지근한 날씨다. 바람이 선선한 듯해도 생각보다 후덥지근하다.


행사장을 가득 메우는 교민들과 손님들이 둥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담소하느라 한창이다.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포토존이 서 있고 한국 음식코너가 놓여있다. 직장에서 근무하다 온 남편은 자문관 두 분과 또 지방 후예에서 오신 단원들과 만나 반갑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인 손님들도 자리를 채우고 반가운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호텔에서 준비한 음식들이 간간이 나와 그것을 하나하나 맛보는 재미가 있다.


월드미션 학생들의 국가제창
정우진 대사님과 르완다 클레멘타인 무케카 외교차관의 축하인사


스크린에 4357주년 개천절 기념행사의 문구가 뜨고 드디어 기념행사가 시작되었다. 월드미션 학생들이 르완다 국가 Nziza를 불렀다. 그리고 우리는 대한민국 애국가를 제창했다. 멀리 나와서 듣는 애국가는 언제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정우진 르완다 한국 대사님의 말씀과 르완다 Clementine Mukeka 외교차관의 축하 인사가 이어졌다.


사물놀이


한국 전통음악인 사물놀이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한국에서 온 선생님한테서 지도를 받았다고 하는데 꽹과리, 장구, 북, 징을 들고 입장하는 르완다 젊은이들의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그들이 입은 옷도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기는 옷이다. 흥겨운 악기 소리가 연회장을 메울 때 우리도 그들과 함께 어깨를 들썩이고 고개를 흔들며 소리에 취했다. 나는 장구를 치고 있는 소녀에게 자꾸만 눈길이 갔다. 자그마한 소녀가 어찌나 흥겹게 장구채를 좌. 우로 움직이는지 신기해하며 바라봤다. 역시 우리의 것이 최고여~~!!!


댄스팀


다음은 신나는 댄서팀의 순서다. 대사관에서 개최하는 K-pop 대회에서 수상을 한 The Vibe Academy 팀이다. 지난번 이 대회를 취재한 바 있지만 르완다에서 느끼는 한류의 인기는 대단했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해마다 경쟁률도 치열하다. 이들은 천여 명의 경쟁자과 경합을 벌여 선택된 댄스팀이다. 여러 명의 팀원들이 마치 한 덩어리가 되어 자유자재다. 때로는 물결처럼 흐느적거리다가, 때로는 각진 포스로 대중을 휘어잡는다. 한국의 전래동요가 어우러지고 사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진다. 장내는 갑자기 시끌시끌 흥겨움에 취한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요동치는 감격스러움이 있다. 이것은 내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질긴 뿌리일까. 몸이 먼저 알고 느끼는 그리움일까.^^

한국음식 맛보세요~!

음식들이 먹음직스럽게 손님을 맞이한다. 잡채, 닭강정, 김밥, 녹두전, 비프랩, 버섯 전, 한과와 약과 그리고 만나빵집의 정말 맛있는 빵, 식혜, 유자차, 수정과도 선보인다. 차정숙 선교사님과 같이 행사장에서 살짝 벗어난 조용한 곳에서 식사를 했다. 살짝 얼려진 식혜, 수정과도 너무 시원하고 맛이 좋았다. 행사장에서 사물놀이를 하던 젊은이들이 바로 옆에서 식사를 했다. 닭강정을 많이 가지고 와서 먹는 그들에게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바로 오케이를 하며 포즈를 취한다. 자신들이 얼마나 큰일을 했는지 아주 대견스럽다는 듯한 표정들이다. 사진을 보내달라며 번호까지 적어준다. 물론이지. 우리 행사에 와서 멋진 공연을 한 팀인데~~^^


나 어때요~~!


한국 문화체험 부스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는 사람들. 저마다 왕비가 되어보고 왕이 되어 본다. 대사님도 한 컷 찍고 현지인들도 한 컷씩 찍는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 대사님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너무 정겨운 모습이고 재미있어서 여기 한 컷 올렸다.



코이카 단원들 부스


기념행사가 끝나고 마무리 짐을 싸고 있는 코이카 단원들을 만났다. 바로 우리 고유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알린 주인공이었다. 우와!!! 하고 내가 탄성을 질렀던 한복!!! 빨강 저고리와 치마다. 이것은 그동안 보아왔던 르완다식 옷과는 많이 비교가 될 정도로 발전된 모습이다. 세파제의 박금희 단원이 아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기술자를 통해 일을 배울 수 있도록 연결해 준 결과물이라고 한다. 주문하면 직접 집을 방문해서 사이즈를 재고 천을 고르게 하고 있다고...


그렇게 해서 3만 5천 프랑에서 4만 5천 프랑 정도라고 하니 가격도 괜찮다. 오늘 주문도 많이 받았다고 함빡 웃는다. 추석 연휴를 맞아 한국에서 날아온 남편이 그녀 옆에 있으니 오늘은 얼마나 더 든든했겠는가. 르완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갖가지 비누와 비즈 공예품이 놓여 있었는데 대사님이 오시더니, 얼마나 남았어요. 다 얼마예요~~~!!! 한다. 덕분에 비누는 완전 매진!!! 팔고 있던 단원도 구경하던 우리도 서로서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한 컷 씩~^^


반가웠어요~^^


행사가 끝나고 옆 건물의 호텔 커피숍으로 갔다. 요즘 작업할 거리가 많아서 짬을 이용해서 글을 쓰고 갈 생각이었다. 나보다 먼저 와 계신 김오영 선교사님 부부를 만났다. 나에게도 카페라테 한 잔을 주문해 주셨다. 행사장에서 큰일들을 감당하시기에 몇 번 뵈었어도 이렇게 서로 얘기하는 것은 처음이다. 선교사님이 하시는 사역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이미 교민 사회에서 잘 알려진 한과와 약과, 떡을 잘 만드시는 분이 바로 김호영 선교사님의 사모님!!! 정보순 사모님이라는 것도 알았다. 함께 있던 차정숙 선교사님 그리고 무항가에서 온 코이카자매. 르완다에서 만난 참 좋은 인연이다.


타지에 나와 살다 보니 교민들이 모이는 행사가 있는 달이면 하루하루를 기다리게 된다. 오늘 행사도 그랬고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면 어디선가 힘이 솟는다. 서로서로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어 모인 오늘, 마음에 두고두고 남을 소중한 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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