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하루다.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늦게 잠든 탓인지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은 아침이었다. 오랜만에 출근이 꺼려졌다. 겨울 날씨 탓도 있었을 것이다. 직장인의 로망은 퇴사라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때는 생계를 위해 일했다. 외벌이 만으로는 아이들을 키우기 힘든 현실이었으니까.
이제 아이들도 다 자랐지만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하고 싶어 진다. 아마도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칼같이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다.
오늘처럼 피곤한 날도 있다. 퇴근 후엔 집안일이라는 또 다른 업무가 기다린다. 업무 중에는 개인적인 일을 볼 수 없어 퇴근 후에도 할 일이 많다. 얼마 전에는 집수리 문제로 인테리어 업체와 만났는데, 시간이 길어져 마음이 급했다.
주말에는 조카 결혼식도 있어 정장도 준비해야 한다. 인터넷 시대지만 옷은 여전히 직접 입어보고 사는 게 편하다. 그뿐인가. 가끔은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동료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서둘러 출근한 탓에 몸이 무겁지만 퇴직이 가까워질수록 직장에 대한 애착이 커진다. 일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퇴직 후에는 무엇을 하며 살까. 글 쓰는 삶을 선택한 것도 그런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글쓰기는 나에게 또 다른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서툴고 부족하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퇴직이 끝이 아닌 시작임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순간이 의미 있었듯, 앞으로의 시간도 소중할 테니까. 좋지도 나쁜 지도 않은 하루라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