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이라고 하고 인생 2막이라고도 한다. 이름이야 어찌 되었든 늦은 나이에 시작한 배움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설렘과 기대감으로 운동장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는 공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백 점을 맞기 위해 밤마다 아버지와 받아쓰기 연습했었다. 지금은 잘 쓰기 위해 매일 글쓰기 연습한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는 말에 용기를 내어 일단 컴퓨터를 열고 앉는다. 한 줄을 쓴다, 쓰면서 떠오르는 대로 적어나간다.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생각지 않고 의식의 흐름대로 적다 보면 무엇을 빼고 무엇을 더해야 하는지가 보인다. 조금씩 분량을 채워 가지만 초보티가 줄줄 난다. 자꾸만 편한 글을 쓰고 싶어 진다. 그러다 보니 있었던 그대로의 상황을 쓴다고는 하나 말의 뉘앙스가 달라진다. 수필이 아니라 소설 같은 느낌이 난다. 스스로 자책하며 괴로움의 나락에 빠진다. 글에도 사람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반백 년을 내 방식대로 살았으니 나도 모르게 배인 고정관념과 편협한 생각들이 글에서 보인다. 의도하지 않고 사실만을 쓰겠다는 다짐은 어느새 의도가 다분한 글이 된다.
내 이야기를 쓰려고 마음먹었었다. 글쓰기 공식 같은 거는 모른다. 부모 이야기, 남편과 아이들 이야기를 쓴다. ‘독자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하는 순간 초보인 나는 작가 흉내를 내고 있다. 쓰기 편한 글을 쓰려다 보니 드라마 시나리오처럼 글이 흘러간다. 시작이 중요하다. 잘 쓰는 사람보다 많이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큰소리치고 시작했다. 급하게 발행한 티를 속일 수 없다. 오타에 맞춤법까지 구멍이 보인다. 더군다나 예상치 못한 내적 갈등까지 온다. 타인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색하다. 어디까지 드러낼 것인지도 아직은 혼란스럽다. 딱 나 혼자만의 이야기를 쓸 수는 없다. 쓰려고 마음먹은 이상 써야 한다. 좋은 얘기만 쓰려고 하기보다 진실하게 써야 한다. 초보라서 더욱 그렇다. 자칫 남들 보기에 좋은 글만 쓰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엉성하고, 보잘것없는 글이라도 생각하고 느낀 것만 써야 한다. 나는 지금 욕심을 부릴 단계가 아니다. 많이 읽고, 꾸준하게 쓰다 보면 글은 좋아질 것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지 않은가. 오늘 하루를 담담하게 기록하듯, 행복한 순간을 글로 남기듯 자연스러운 글을 쓰고 싶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평소에 좋아한다. 기복에 흔들리지 않는 의미도 있지만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들어 있는 말이다. 하루가 전부라는 말처럼 많은 감정이 오간다. 바라보는 시각과 선택이 중요하다.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사소함에 휘둘리지 않고 어제보다 오타 하나를 줄이고, 어색한 문장 하나 바꿀 수 있으면 된 것이다. 겸손하고, 낮은 마음으로 오늘도 배움에 감사한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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