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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일 Aug 05. 2023

부실에는 경제벌로

성수대교 붕괴 이후에 진행 중인 '가양대교 건설공사'에 서울시는 외국 감리사를 투입했었습니다. 영국의 Mott MacDonald사가 참여했는데, 그 현장에서 그들과 건설 초기 단계에 1년 반 정도를 같이 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각종 공사관련 서류를 근거로 현장 구석구석에서 꼼꼼하게 챙기는 그들을 보면서도 감탄했지만, 감리단장과 자기 감리원 사이에도 '공문'으로 의사전달을 하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어서 감리단장에게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직원이 단장과 의견이 다르다고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은 단장에게 있다는 얘기를 문서로 보내느냐구요. 


그랬더니 공사가 잘못되면 세계 각국에서는 통상 발주청 등에서 감리회사 등에 손해배상청구를 하는데 패소하면 감리사가 배상 후 다시 감리단장을 비롯한 직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고 하데요. 그래서 직원과 단장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른 것은 확실하게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가려놓기 위해 공문으로 증빙을 남기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들이 철저하게 계약문서(설계도서와 계약조건)에 따라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소나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부실설계, 시공, 감리에 대해 수사를 해서 처벌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건설공사 참여회사뿐만이 아니라 개개인에게까지 계약위반에 따른 의무를 손해배상 등 경제벌로 철저하게 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부가 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적어도 국제적 수준으로 시스템을 바꿔 줘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몇 푼 뇌물이나 학연, 지연, 전관 등으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계약 내용을 무시하고 소홀히 했다가는 자칫 경제적으로 완전 파탄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부여해야 그나마 이 꼬라지를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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