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문제가 있군요
최근 영국에서는 경량기포콘크리트(RAAC)외에도 최신공법인 모듈식 탈현장공법 (modular off-site construction)으로 건설된 초등학교에서도 세 곳이나 문제가 되었다는 가디언지의 보도입니다.
콘크리트를 현장에서 타설하는 기존의 방식은 품질관리 측면에서도 그렇고, 작업원의 안전관리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로 불리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처럼 여름철 무더위와 폭우, 겨울철의 한파와 강설 등 기후가 혹독한 지역에서는 더 그렇죠.
툭하면 온도가 영하로 내려갔는데도 콘크리트를 타설해서 얼어붙어 제대로 양생이 안 되었다거나 비가 내리는 중에도 콘크리트 작업을 했다는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모두 건물이나 시설물을 부실하게 만들거나 안전사고와 연결될 수 있는 잘못된 행위입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레미콘 공장이 기피시설로 인식되어서 예전에 도심에 위치하고 있던 것도 모두 외곽으로 밀려난 데다 교통체증으로 인해 도심에서 진행되는 건설공사에 콘크리트를 현장에 제 시간에 맞춰 적기에 공급하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른 것을 아무리 관리를 잘 해도 콘크리트 운반 시간 지체로 인한 품질 저하의 위험성에 언제든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off-site construction입니다. 이 방식은 레고처럼 콘크리트 부재를 미리 공장에서 모듈로 제작해서 현장에서는 조립설치만 하는 방식이죠. 공사도 빠르고 비용도 적게들면서 품질관리나 안전관리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나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방식입니다.
서울의 내부순환도로를 만들 때도 이미 공장에서 교량의 상부구조를 분절(모듈, 세그먼트 segment)로 만들어 대형 트럭에 실어 현장으로 운반해서 조립해서 가설한 적이 있습니다.
그 형태의 교량도 해외 사례를 보면, 세그먼트 접속부를 통해 물과 염화칼슘이 유입되어서 PSC강재나 철근 등이 부식되는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했다는 보고서를 볼 수 있는데, 모듈식으로 건설한 건축물 역시 조립 설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교량 안전에 관한 교과서는 사고의 주요 원인(prime causes)으로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new or unusual)' 자재, 공법, 구조형식을 순서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늘 혁신이 필요하지만, 그 혁신이 완전히 경험으로 쌓여 자리잡을 때까지는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행처럼 확대되고 있는 모듈식 off-site construction은 제조업에서 발달되어 온 품질관리와 안전관리 기법을 건설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면밀히 살펴볼 부분이 많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관련 가디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