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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일 Sep 02. 2024

성수대교 붕괴 30년...



2024년 8월 30일,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성수대교 붕괴 30년 기술컨퍼런스 발표 자료를 공유합니다.



성수대교와 유사한 미국의 실버교가 1967년도에 붕괴되고, 미국에서도 그때서야 처음으로 교량점검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었습니다.  1983년도에는 미아누스교가 성수대교 처럼 연결핀 부분이 파단되면서 붕괴되었죠. 미국은 후속조치로 붕괴유발부재(FCMs; Fracture Critical Members)에 관한 관리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정보에 깜깜했죠. 그리고 미국에서 겪은 사고를 똑같이 겪습니다. 



오늘 발표에서 원효대교 사례도 말씀드렸는데 사실 여기도 비슷합니다. 세계적으로 원효대교처럼 교량 중앙부분에 연결부위(hinge)를 두는 공법은 그 부분에서 처짐(deflection)이 생겨서 더 이상 사용하면 안 된다는 보고서와 논문이 수도 없이 나왔음에도, 서울시와 동아건설은 최신공법이라고 자랑하면서 그 공법을 적용했죠. 우리나라에 건설된 원효대교, 청풍대교, 상진대교가 세상에서 그 공법으로 건설된 거의 마지막 다리들입니다. 그 다리들은 모두 논문이나 보고서에 나온 것들과 똑같이 많은 돈을 들여서 보수하거나 철거되고 말았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정보에 귀막고 눈감고 있으면 이런 일을 겪게 됩니다.



성수대교 붕괴 직후 만들어진 시설물안전법(속칭 시특법) 체계는 우리나라 인프라의 안전을 담보하는 기본법입니다. 이게 성수대교 붕괴 직후 급조되었는데, 그 동안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그리고 인프라 대노후화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을까요?



그런 의문을 갖고 G7국가의 인프라 점검 및 관리 시스템과 국내의 법적 시스템을 핵심 사항 위주로 비교해 봤습니다.



마치 갈라파고스처럼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우리의 시스템을 보고 있노라면 원효대교나 성수대교와 같은 문제점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행되는 논문집마다 넘쳐나는 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그때 당시가 데자뷰처럼 불길하게 떠오릅니다.



우리는 20m 미만의 교량은 아예 관리하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관리의무가 없습니다. 20~100m 교량은 일부가 관리됩니다. 차로 얘기하자면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소나타나 티코는 아예 자동차 검사를 안받아도 된다는 얘기랑 같습니다. 그 이상되는 것도 1종시설물(차로 치자면 대형 트레일러 정도) 정도나 조금 깊게 들여다 볼  뿐 다소 과장하자면 그 나머지 차는 그냥 껍데기만 보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최근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공지문을 봤는데 제가 사는 아파트의 정밀안전점검 비용이 480만원 정도입니다. 34층 짜리 13개 동에 지하3층으로 주차장이 있는 게 저 같은 사람 두 사람 정도가 약간 고급 수준의 건강진단을 받는 가격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정밀안전점검을 수행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작년에 정자교도 한 30만원 정도 주었다고 하더니... 남의 일이 아니네요.



이런 식의 점검은 그냥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합니다. 



넓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다른 나라들은 인프라와 관련해서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그들은 어떻게 그 문제들을 해결해왔고 정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은 인터넷에도 자료가 넘쳐나고 gemini나 ChatGPT에게 물어봐도 되는데... 여전히 까막눈인 게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거면 더 문제구요.



성수대교 붕괴가 우리나라 교량 붕괴의 종지부가 아니라 미국의 67년 실버교 붕괴처럼 교량붕괴 역사의 서막이 된다면 현재를 사는 우리도 참으로 뒷세대에게 큰 잘못을 저지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발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발표기회를 주신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유동호 회장님과 관계자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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