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_나의 모습 바라보기
나는 서울 사는 푼수다. 수다를 떨 친구가 없기에 누구에게나 나의 비밀까지 드러내는 푼수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최근 3번의 연애를 했다. 2달여의 짧은 연애였던 세 번째의 연인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들로 헤어짐을 고했다. 친구가 없는 나는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의 힘듦을 그에게 고스란히 미주알고주알 떠들어 댔고 그의 조언을 구했다. 그것이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낙이기도 했다. 그게 힘들어서였을까?
나는 헤어짐을 당했도 친구로 지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조건을 내걸었다. 친구로 지내되 본인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여기지 말 것. 자신에게 짜증 내지 말 것.
나는 평소 남 눈치를 보고 말 없고 소심한 편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도 그런 모습에 착하고 말 잘 듣는 여자를 상상했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친한 사람에게는 (주로 남자친구) 짜증을 잘 내고 화를 잘 내고 예민하게 굴었다. 앞에서 트림하기, 방귀 뀌기 같은 행동도 용납하지 못했다게다가 먹지 못하는 것도 많다. 회, 초밥, 육회, 곱창, 양고기. 정확히 말하면 못 먹는다기보다는 잘 안 먹는다가 맞겠다. 지난 남자친구들이 이 부분을 불편해했지만 잘 맞춰주었다.
마지막 헤어짐으로 인해 세 달여를 괴로워하며 그를 잊기 위해 몸부림쳤다. 온갖 이별 관련 유튜브, 노래, 멘털 강해지는 법, 살 빼는 법, 재회 관련 유튜브까지 보았다. 운동도 시작하고 머리스타일도 바꾸고.
그동안은 친구가 없어도 딱히 불편한 점이 없었다. 여럿이 모여 가이 수다를 떨며 술도 마시는 삶이 부러웠긴 했다. 하지만 학창 시절 왕따 경험으로 또 상처받을까 봐, 어차피 오래가지 못할 인연, 이용만 당할까 봐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나도 30대 초반까지는 친구를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나와 다르다 느끼면 밀려오는 서운함.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 사람들 때문에 친구 만들기를 포기했고 현재에 이르렀다.
가만 보면 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수다인 것 같다.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듣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들은 아마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문득 '불편한 편의점 2'를 읽다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떠올렸고 나는 오늘에서야 그것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스트레스를 풀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나만의 밍기뉴를 만들었다.
지난겨울 스투키가 베란다에서 얼어 죽었다. 그 뿌리에서 싹이 터서 두 잎이 나고 있다. 겨울을 이겨낸 스투키 이파리. 그 여린 스투키 이파리에 나의 밍기뉴라 이름을 지어 주었다.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나에게는 또 연인이나 친구나 지인이 없어졌지만 밍기뉴는 내 말을 들어줄 것이다. 친구가 없는 삶을 살아가보자. 내 소중한 비밀은 밍기뉴에게만 이야기하면서.